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고구려 때문에 드러나지 못하는 신라사?

지나는 이 2005-04-22 (금) 14:30 추천:220 조회:2651 211.xxx.242

제목: 고구려 때문에 드러나지 못한 신라사?

   내가 위에 쓴 제목은 우습지도 않다는 듯이 이해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대체로 그간에 있어왔던 많은 국사(國史)이해는 삼국은 (한반도 동남부에 있었던) 新羅에 의해 통일이 되었으며, 그로 인해 한반도는 만주와 섬(倭) 사이에 있었으며, 당나라, 송나라, 명나라 등과 가깝게 지냈고, 여진족이나 일본과는 멀게 느껴지게끔 서술된 역사가 그동안 아이들이 교과서에서 배운 역사이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일연의 <삼국유사>가 버팀목이 되는 듯 보인다.
   김부식은 고려시대 사람인데, 그의 고향은 경주이고, 그의 姓은 金씨다. 그러나 만약 그의 본관이 경주라면 이는 김산호의 이론과 견줄 때, 선비족(鮮卑族)의 후예이어야 한다. (신라법흥왕은 선비족 모용씨의 후예였다. 참고) 물론 선비족은 아이들의 교과서에서는 전형적인 오랑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김씨답지 않게 매우 지나에 대한 친근한 자신의 평을 <사기>에 첨가시키었고, 그의 사관은 모화사관(母華史觀)이라 불릴 수 있다.  
   일연의 <삼국유사> 역시 모화사관과 거리가 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김부식의 책에서 빠진 일부 설화들이 들어 있다. 그리고 이 두 책(사기와 유사) 모두 한반도 신라 중심임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이런 데에서 드러난다. 분명 신라 중심으로 쓰여진 사기와 유사가 왜 모화적이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만약에 고구려 중심적인 역사관에서는 모화적이고 문명적인 사관이 과연 삭제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고구려의 투영이 한반도 신라에 영향을 주어 그에 영향을 받은 한반도 신라가 변질된(고구려와는 다른) 모화사관을 가진 것은 아닌가 하는 가설을 제시해 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왕건이 세운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는 뜻이 담겨 있고, 이는 많은 사학자들로부터 신라를 계승했다는 평을 들으며, 고려의 영토 정책은 북진책이었다는 것이 학계의 통설인 셈이다. 그리고 그 고려 시대의 두 학자가 쓴 책이 김부식과 일연의 책이다. 잘 알다시피 김부식은 고려의 관료였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을 누군가에게 바친다며 서술을 했다. 그렇다면 그는 결코 탈 고려적일 수는 없다.
   홍익대 모 교수는 김부식의 사기에 가야사가 적지 않게 누락된 이유를 들어 “가야는 친백제적이었기 때문에 김부식은 가야사를 의도적으로 적게 기술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김부식은 정작 백제사와 고구려사는 왜 기록해 두었는가? 물론 그 건국 연대나 기록관점이 너무 신라 중심적이어서 사실과 다른 점도 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김부식은 고구려 본기와 백제본기를 가급적 빠뜨리지 않고 기록해 두었다. 그러나 김부식은 고조선사를 기록하거나 만주원류고에 나타나는 쥬신제국사 따위는 다루지 않았다. 이는 무언가 균형이 맞지 않다. 그렇다면 이는 김부식의 관점이 모화적이고 文明的인 관점을 중시했다고 볼 수 있는 면이 있다. 그리고 그 문명사관의 입장에서 볼 때, 고조선이나 쥬신국적인 것은 의도적으로 의의를 두지 않으려 한 흔적을 찾을 수 있어야 김부식의 사관이 모화적이라는 것을 보다 확고하게 뒷받침 할 수 있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는 사기의 뒤편에 나오는 그 개인의 평이 적지 않게 그가 모화적임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신라 중심적 사관이다 라고 말하게 될 사람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작 그는 고려 사람이었다. 더군다나 고려의 관료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진족과 좀더 많은 매개를 만들기 위해 수도를 서경으로 옮기자는 묘청 일파를 숙청했던 사람이다. 그렇다면 그가 과연 친여진적인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그리고 만약에 여진족들이 고아시아 족과 섞인 이른 바 퉁구스 만주족이었다면 모화적이고 문명적인 사관이 이를 지원 해 줄 수 있었을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진족은 근대까지도 추장이 다스렸던 이른 바 오랑캐 나라이다.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다면 그리고 더군다나 고려의 관료가 김부식이었다면 그가 신라를 긍적적으로 평가 했다 할지라도 동시에 고구려를 존중히 여기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서게 됨을 감지할 수 있다. 그는 고구려 역사나 백제 본기를 비교적 상세히 적었다. 뿐만 아니라 비류설과 온조설이라는 두 가지 백제 건국사화까지 적어두었고, 그것도 자신이 확실히 모르는 사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는 자신의 견해까지 첨가했다. 이는 일연도 마찬가지이다.

   고구려나 백제는 그 우두머리를 일컬어 王이라 했다. 그러나 서라벌, 또는 계림국은 그 우두머리를 일컬어 “居西干”이라 불렀다. 이는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사로국이 문명적 관직 체제가 뒤늦었음을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사로국은 어느 특정 왕통의 혈통적 왕위 계승이라기보다는 서라벌 자체가 마을연합으로 이루어진 지역연맹체에서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국가는 고구려와 비교할 때 극히 지역적이고 향토적이라 할 그저 하나의 지역연맹 국가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마치 윤내현이 지적하는 고을나라 단계에서나 볼 수 있을 국가일 뿐이다. 이는 고구려 왕국과 비교할 때 극히 좁은 지역이다. 그 말은 그만큼 한반도 사로국은 문명 발달 단계에 있어서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 뒤늦은 곳이라는 뜻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기 신라시대의 유물들은 매우 발달된 문명적 부산물들이 매우 많고, 그 문화재들 또한 뛰어나다.
   거서간의 아들이라고 기록한 김부식의 사기에는 “남해차차웅”이라는 이상한 관직을 소개한다. 이 역시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칸(干)의 아들은 칸이 되어야 할 듯한데, “차차웅”이라는 낯선 관직을 적어 두었다. 그리고 의문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 뒤에 이어지는 3대 우두머리는 “이사금”이라 부른다. 그리고 그 이름 또한 낯설게도 “파사(persia?) 이사금”이다. 차차웅에서 이사금으로 간 것 자체가 특이한데, 더 놀라운 것은 남해 차차웅의 아들이 파사이사금이라 했다. 물론 김산호는 이런 류의 기록을 문자적으로 믿을 리 없다. 그도 지적했듯이 여러 부족의 유입과 함께 각축을 벌인 곳이 서라벌 지역 연맹인 셈이고, 그 경쟁에서 도태된 부족이 혁거세 집단이라는 것이다.
   신라가 王이라는 제도를 사용한 것은 법흥왕 이후부터라 여겨진다. 물론 김부식의 사기는 지증마립간 때 왕호를 택했고, 그 마립간의 아들이 법흥왕이라 했지만 이는 믿을 수 없다. 만약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혁거세의 손자가 파사 이사금이어야 하는 데 이를 그대로 믿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법흥왕은 자신의 정체를 정당화하기 위해 지증마립간과 접맥 또는 계승적 차원의 우두머리인 것으로 둔갑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이미 김산호도 드러낸 셈이다. 즉 어느 정권이 고스란히 자신의 권력을 내 주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북쪽에서 내려온 선비족 집단이 남쪽 사로국 집단을 힘으로 제압하여 정권을 빼앗은 것이라는 뜻이 되겠고, 김산호 역시 그리 주장한다. 물론 그 선비족 집단은 신라(新羅)족이었다고 김산호를 비롯한 여타의 사람들은 주장한다. 그 점에 있어서 지증마립간이 과연 국호를 신라라고 했을지는 의문이다.

   정리하자면 한반도 사로국은 고구려나 백제에 비할 때 보다 덜 모화적이고, 보다 덜 문명적인 직제에서 일어난 부족 연맹 지방국가이었다. 그러다가 선비족의 남하로 그 정권이 바뀌고 나라 이름 또한 “신라”로 바뀌었다. 그리고 남하한 선비족에 의해 그 제도 또한 왕정이 이루어지고, 체제도 보다 문명적으로 변질된 듯이 조명했는데 사실 규명은 어렵다. 어쩌면 후대의 기록이 신라국을 드러내기 위해 백제처럼 문명적 체제를 정비했다고 투사 시키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김부식이 가진 모화적 사관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법흥왕의 왕정 체제정비론은 더 많은 증거를 제시해야 가능하다. 아니면 그가 선비족이 아니었거나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신라 정권 수립 뒤부터 남부여는 본격적인 위기를 맞이한다. 뿐만 아니라 가야의 위기 또한 그 때부터 도래했다.
   사실 가야에 대한 학설은 분분하다. 기록이 충분히 그 근거를 제시해 주지 못하는 관계로 사람들은 가야의 유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김부식이 모화사상에 근거해서 역사를 기록했다면 상대적으로 비문명적인 나라나 연맹체에 대해서는 기록을 적게 하거나 안 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그 탓으로 인해 고조선이나 여진족의 역사도 기록으로 많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모화적 관점에서 볼 때 신라국(선비족이 세운 나라)이 오랑캐적 비모화 인종들이었다면 김부식은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견해는 좁혀진다. 김부식은 선비족의 정권인 신라국을 왕통을 세운 문명국으로 투사 시키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모델은 고구려나 백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분명 신라 문화재들은 백제 문화재들과 차이가 크다. 그러나 후기 신라의 그 많은 문명적 부산물들이 백제의 무덤 위에서 부활시킨 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한, 또는 백제에게서 배운(?) 문명적 부산물에 힘입어 그것을 신라화 했다는 것을 반대하지 못하는 한,  신라국이 선비족의 나라이었다는 것은 믿기 어려운 것이 된다.
   그렇다면 김부식의 기록에서 상대적으로 적게 적힌 것은 그만큼 신라처럼 문명적 투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거나 그 출원이 비문명적이어야 가능한 셈이다. 그렇다면 가락국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았다는 것은 가락국이 친 백제적이어서가 아니라 가락국의 출원이 비문명적 오랑캐 스타일이거나 보다 야만화 된 지역 연맹체에서 출발했기 때문 일 가능성이 크다.
   일연의 삼국유사에 나오는 가락국기는 일연의 기록이 아니라 김해 금관지주사의 글이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실적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폄하 시킬 수만은 없다. 왜냐하면 금관지주사의 기록이라면 일연의 관점과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고, 이는 보다 덜 모화적 일 수도 있음을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금관지주사가 썼다고 전해지는 가락국기에서는 가락국 연맹체가 간(干)들에 의해 다스려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간은 “한”으로 음운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근대 누루하치를 일컬어 “干” 또는 “한(汗)”으로 부른 예가 있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야의 유물들은 복합적이다. 어떤 것은 신라적이고, 어떤 것은 백제적이다. 즉 가야 주변 나라의 유물들을 다 받아 들였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가야의 유물 중에는 거란 형 “칼”도 나타났다. 물론 백제형 “환도대도”도 나왔지만 거란형 칼이 나왔다는 것과 그 우두머리를 간이라 부른 일이 있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게 여겨진다. 그 가야에 수로왕 이라는 왕과 허왕후 라는 외국인이 우두머리로 들어왔다는 것은 적어도 가야연맹체가 간이 다스리는 오랑캐적 지방 연맹체의 바탕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우두머리는 외국인(문명인) 일지라도 그 주민 구성은 얼마든지 북방 오랑캐 일 수 있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 수로왕과 허왕후 이후부터 가락국은 주변의 나라로부터 많은 문명적 부산물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기로에 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나라이름도 “가야”라 했을 것이다. (김해금관지주사의 기록인 가락국기에는 원래 수로왕 이전에는 나라이름이 없었고, 군신간의 예의도 없었다고 했다.) 그로 인해 김부식은 가락국에 대한 기록을 의도적으로 적게 적어 두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 열도에 가락문명을 전해 준 것이라는 통설은 원래 가락국의 先주민들이 한 것이 아니라 가락국을 세운 문명적 우두머리 들이 저지른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좁혀진다.
   신라라는 나라는 원래 한반도에 없었고, 신라족은 오늘날 내믕골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 있었던 선비족 계통이며, 신라 이전에 한반도 동남부에는 사로국이 존재했다. 그러나 그 사로국은 백제나 고구려에 비해 문명, 체제, 국가정체 모두 보다 비조직적이고, 야만적이라 일컬을 수 있는 오랑캐적 연맹체였을 것이다. 그러다가 선비족의 남하로 느닷없이(?) 한반도에 신라국이 생기었으며 이들은 백제와 고구려를 무너뜨린 다음 백제가 한 대로 문명국을 지향했고, 그 뒤 고구려를 이은 왕씨 고려는 고대 고구려처럼 여전히 문명을 숭상했다. 그러나 이는 북방 여진족과 같이 살지 못했던 아주 특이한 정체성이 되었을 것이다.
   고려의 관료인 김부식은 반여진 정책에 앞장선 셈이며, 그의 역사책에서 비모화적, 오랑캐적 정체성은 될 수 있는 대로 삭제해야 될 필요성을 인식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어쩌면 고조선이나 쥬신제국사를 다루지 않은 결정적 이유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물론 이는 야만적 출원을 가진 가야에서도 적용될 수 있다.
   고구려는 신라에게 망하거나 당나라에게 망한 것으로 보여지지만 바로 그 고구려와 백제는 또 하나의 문명으로써 신라를 문명화 시킨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고구려를 잇겠다던 고려는 그 문명만큼은 결코 버리지 않았고, 고려의 사가(김부식)는 신라를 문명적으로 투사 시키었을 것이다(그의 기록으로)  
   따라서 만약 신라라는 이름이 선비족에게서 기인했다면 그 신라는 이미 고구려나 백제처럼 문명적이고 모화적으로 투사된 신라일 것이다. 이는 충분히 신라적 일 수 없다. 따라서 한편으로 보면 신라가 고구려와 백제를 멸망시키었지만 한편으로 보면 그로 인해 신라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백제적 비(非)오랑캐성을 지닌 나라로 기록되었을 것이다. 이는 고구려나 남부여 때문에 신라가 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덧붙이는 말) 아이신죠로 누루하치는 후금의 추장인데, 거기서 누루하치는 ‘누룽지’라는 일종에 우리말 “누렁이” 같은 개 이름과 비슷하다 하며, 이는 누루하치가 그만큼 거칠고 어려운 과정을 겪고 살았다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姓인 아이신죠로는 한자말로 愛新覺羅 라고 쓰는 데, 그 뜻은 “(고국인) 신라를 사랑하고 잊지 않겠다”는 뜻도 담기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금(前金)은 “김(金)씨의 나라”를 뜻한다고 하는 데, 건국자 “아구다”는 김씨의 후손 일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김산호의 이론에 의하면 김씨는 원래 “모씨”이었는데,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감님(地神이라는 뜻)을 뜻하는 감씨로 바뀌었고, 그것이 뒷날 김씨로 불리었다고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고구려사, 백제사, 신라사 모두 왜곡 되게 배워온 셈입니다. 그리고 그 이면에는 바로 우리를 근본적으로 병들게 한 母華思想이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