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미운 사람도 사랑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밝은 귀 2005-04-15 (금) 15:35 추천:186 조회:2375 211.xxx.242

   얼마 전 어느 목사님이 자신이 전도사 시절 겪은 일을 제게 들려 주었습니다. 그 목사님은 자신이 전도사 시절 자기가 모시고 있던 목사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분 말로는 자신이 존경스러운 사람을 모시고 사는 것은 행복이지만 자신이 지독히도 싫은 사람의 말을 따르고, 그가 시키는 일을 한다는 것은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라며 말씀 하셨습니다. 듣고 보니 그 말은 제가 생각해도 옳은 것 같았습니다. 또 그는(편의 상 존칭 생략) 자신을 괴롭히기까지 하고 권위적인 그 교회 장로들이 상당히 불쾌하기 까지 했다고 합니다. 이유인 즉, 그 교회의 장로들은 오로지 "교회" 라는 직제와 생업에서 가져다 주는 돈이나 신분, 그리고 그 교회에서 몇년 되었는가 하는 년조를 중시하여 아무리 신학적, 신앙적 열정을 가졌다 할지라고 그것은 교회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공염불 같아서 교회가 더욱 싫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장로들이 얼마나 권위적이고, 젊은 전도사들이 비항존직이라는 것이 얼마나 그 교회에서는 손해를 봐야 하는 가 하면, 한 마디로 예배 시간 전에 전도사들이 일렬로 쭈욱 도열하다 시피 해서 교인들이 들어오면 일일이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대략 예배 시간 30분 전부터 말입니다. 일주일에 집회가 적어도 3회 이상이고, 그 교회 교인이 천명 가량 된다면 300 번 가량만 인사를 해도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그리고 그 전도사는 마치 자신이 '서어비스 업계의 인사하는 직원들' 같이 자신이 처량하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게다가 더 견디기 힘든 일은 장로들이 교회 예배실 안으로 들어 갈 때 였다고 합니다. 이 때 장로들의 태도는 예배실 문 앞에 도열해 있는 전도사들을 장로들은 사열하듯이 일일이 악수를 하고 들어 가더라는 것입니다. 물론 장로는 한손만 내밀고 전도사들은 두손으로 공손히 장로들의 손을 잡아 악수하는 것이 그 교회의 전례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신학이 전혀 존중되지 않다 시피 하는 교회를 한 없이 싫어하고 한심하게 여겼던 그 였는데, 교회 분위기 조차 그리 되어서 더 견디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전도사는 추호도 목사가 될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교회에서 몇 개월만 더 있으면 목사안수를 허락해 주겠다는데도 그는 전혀 목사가 될 생각 없이 막노동이라도 좋으니 그냥 하루 빨리 교회를 떠나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해 겨울 김홍도 목사가 그 지역 연합집회 강사로 왔는데 그 당시는 대통령 선거가 있기 전이었습니다. 그 때 김홍도 목사는 여실히 교인들 앞에서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빨갱이가 정권 잡겠어요"라고 말하는데 교인들은 상당히 공감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 교회 장로 중 한 분이 김대중(그 당시 대통령)을 가리키듯 하면서 "청와대에 간첩 있어요" 라고 말 하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 처한 그 전도사는 자신이 배우고 익힌 바와 매우 다른 환경을 절감하고 교회와 하루 빨리 담을 쌓기로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실은 그 전도사는 그 교회를 들어가기 전부터 교회라면 지긋 지긋 몸서리치게 싫어했던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가 존경하는 어느 선배 목사님께서 "그 곳의 모든 이들을 스승으로 삼으소서!" 라고 했지만 당시 그 전도사의 그릇은 거기에 미치지 못했다고 스스로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 곳에서 한 일년 1개월 쯤 사역을 한 뒤 그는 이제 취직해야겠다며 늦은 밤 우리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그의 눈에는 근심이 가득하였습니다. 내가 힘이 되지 못한 것이 미안스러울 정도였지만 나 역시도 어려운 형편이라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고, '그냥 취직해서 일 하고 방을 얻을 동안 우리 집에서 몇 일만 재워 주자' 싶었습니다. 그는 교회일을 내게 많이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몇 마디의 말을 통해서도 나는 그 전도사님의 슬픔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뒤 그는 우리 집에서 나갔고, 한동안 소식을 접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잘 모릅니다. 그래도 그 친구 학창시절에는 패기도 있고, 무언가 열정도 있었고, 나와 종교는 다르지만 그나마 신학생 중에 저런 친구 하나 쯤 갖는 것 괜찮다고 여겼는데, 저는 그가 한 동안 어디에서 무얼하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가 한 이야기를 곰곰히 생각해 보니, 그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목사가 매우 싫었던 모양입니다. 뭐 다른 이유도 많은 데, 그 중 하나가 그 전도사가 모시고 있던 목사는 불법을 행하면서도 뻔뻔히 당당하게도 아무런 일 없다면서 전도사들 한테는 한없이 권위적이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전도사를 가르친 선생은 그 전도사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당신이 당하고 있는 아픔은 잘 알 고 있지만 취직한 것은 경솔하지 않았나 여긴다" 라는 짧은 답변에 지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나는 기독교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지만 그 친구는 조금 알 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친구를 그 지경으로 만들고 말았던 그 교회가 싫었습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그 교회가 싫었습니다. 왜냐하면 제 이웃에 있는 어느 목사님도 참 부끄럽게 교회에서 쫓겨 났거든요... 한 번은 어릴 적 시골에 있을 때, 어느 장로가 그 교회 목사의 멱살을 잡고 있던 모습을 본 그 시골교회 목사의 아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와는 한참 나이가 차이나는 늙은 분의 어릴 적 이야기 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자신 기독교를 상당히 싫어하는 편이지만 부모를 기독교 신자로 만난 탓에 본의 아니 게 교회 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물론 그 중에는 상당수 목사에 대한 흠담도 들었습니다. 그런 걸 잘 아시면서도 교회를 꾸준히 다니시는 부모님들 보면 참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그렇게 못하거든요...

   그러나 한 가지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 친구가 전도사 시절 만약 그 교회 목사를 사랑할 수 있었다면 최소한 쫓겨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예수님 말씀이 자기에게 잘 하는 사람에게 사랑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기를 미워 하는 사람조차도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최근 이런 생각을 합니다. 이토오를 저격한 안중근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비폭력으로 저항했던 간디는 오늘날까지도 인디아에서 존경을 받는다는 사실 말입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여진족을 야만인이라 하여 한없이 무시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인들의 영혼을 잡아먹는 명나라 사람들한테는 갖은 정성을 다 들였습니다. 그 때 누루하치는 예를 갖추고 조선 사람들에게 우리는 형제 라고 하면서 어려우니 좀 도와 달라고 겸손히 요청을 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은 결국 별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는 광해 왕자가 쫓겨나고 청나라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서 두 차례나 침략을 당하고 삼전도에서는 아홉번이나 절을 하는 수모를 겪습니다.

   그 때 청 제국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너희는 어찌하여 우리 보다 명나라와 더 가까이 지내려 하느냐 우리는 당신들을 형제로 대하기를 바라는데 당신들은 어이하여 자꾸 우리를 무시하고 명나라와 가까지 지내려 하느냐?" 그 일이 있은 뒤 조선은 더 이상 청나라와 형제 관계로 가지 못하고 군신관계로 조공을 바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도 있지만 때론 우리에게 거리낌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우선 거리낀다고 해서 그 사람이 반드시 나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예수님 밀씀처럼 그다지 정이 안 갈 사람들도 경우에 따라서는 사랑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소중히 여기는 그 사람이 오히려 자신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때로는 사랑스러운 그 사람이 자신의 영혼을 좀먹는 기생충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명나라 사람들은 조선 사람들의 영혼을 좀먹는 기생충이었지만 조선 사람들은 그 명나라 사람들에게 한없이 친절했습니다.

밝은 귀 2005-04-15 15:49	오타자: "예수님 밀씀처럼"을 "예수님 말씀 처럼"으로, "사랑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습니다"를 "사랑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습니까?"로 고쳐 읽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교회를 싫어 합니다. 실어해서 이런 곳에 와서 딴지도 걸고 장난도 칩니다. 그러나 이 곳 사람들 중 일부는 제게 무시하는 발언을 종종 하더군요. 예수님이 그리하라 일러 주셨습니까? 저는 기독교인들의 교만한 언행을 가끔씩 봅니다. 목사님들의 설교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지만, 그 목사님의 설교에 영향을 받았는지 교인들에게서도 그런 모습을 봅니다. 심지어는 강성열 교수님에게 배운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제게 불친절 한 것을 볼 때 예수님의 가르침과는 다르지 않은가 합니다. 저는 바리새파는 아니거든요, 제가 따지는 투의 말을 하더리도 예수님의 제자들이라면 친절하게 대해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