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여성교역의 다양성과 과제

룻 2003-03-25 (화) 00:00 추천:307 조회:3504 211.xxx.126

<2002-12-9 전국 여신학생 연합회 회지에 싣은글>
강성열 교수: 호남신학대 교수, 구약학>

★ 여성 교역의 다양성-풀어야 할 숙제★

1. 아직도 어려운 현실

며칠 전에 여학생 한 명의 상담을 요청받은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이제껏 운영해 오던 어린이집을 기초로 하여 교회를 설립하려던 차에 있었다. 그는 고등학생 아들을 둔 40대 초반의 어머니로서, 그리고 한 남편의 아내로서 교회를 설립하여 사역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고파 신학 공부를 수 년 동안 계속해오던 터여서, 교회 설립을 향한 집념만큼은 누구 못지 않았다. 교회를 시작할 수 있는 기초는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인적인 자원이나 물적인 자원(공간 포함)이 어느 정도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것은 정식으로 노회의 승인을 받아 교회를 설립함으로써 정상적인 교회 개척의 길을 시작하는 일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다. 교회 설립을 위해 이리 저리 뛰면서 그는 그 지역에 있는 남성 목회자들의 견제가 의외로 거세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상세한 이유를 여기서 낱낱이 밝히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한 마디로 현재로서는 교회 설립이 어렵다는 얘기였다. 그 고충을 내게 토로하면서 그는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통과 아픔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고 고백했다. 지금 총회와 노회 및 각 교회들에서는 교세 배가와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어느 때보다도 큰 열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다른 한켠에서는 이렇게 충분히 가능한 교회 설립조차도 남성 목회자들의 텃세와 배척으로 인해 막히고 있으니 얼마나 서글픈 일인가? 만사(萬四) 운동(1만 교회, 4백만 신자 확보 운동)의 열기조차도 남성 목회의 두터운 벽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인가? 땅 끝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라는 주님의 지상 명령은 또 어찌될 것인가?

2. 하나님의 성품이 이러한데

교회 안에서, 그리고 목회 현장에서 발견되는 남녀 차별의 현실, 다수의 힘에 의하여 소수의 목소리가 파묻히는 현실, 법과 제도의 뒤편에서 이루어지는 온갖 불의한 일 등이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다. 그러한 일은 총회에서도 노회에서도, 그리고 개 교회 안에서도 늘 있어 왔다. 꼭 여성 목회의 문제가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힘과 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활동 공간을 넓히고, 또 힘없는 자들의 연약한 처지를 악용하여 자신의 이권을 확대시키려는 욕심이 누구에게든 없겠는가. 세속인들 못지 않게 기독교인 사이에서도 그러한 욕심이 발견된다. 어쩌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욕심이 거룩한 하나님의 종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는 데 있다. 이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으로 절실하게 느끼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보도록 하자. 남성 목회자들 중심의 교회 구조 역시 무의식 중에 그러한 욕심을 성취하기 위한 한 방편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리가 늘 의식하지는 못하고 있다 할지라도, 오늘날의 남성 중심적 교회 구조가 여성 목회자들의 정상적인 교역을 막고, 그럼으로써 다수의 남성 목회자들에게 반사 이익을 안겨주고 있는 것은 아니냐 하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처럼 비뚤어진 현실을 가장 싫어하시는 분이다. 이 점은 하나님의 인간 창조에 관해 보고하는 창세기 1-2장을 통해서 금방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창세기 2장을 보도록 하자. 이 본문에 의하면, 하나님은 남자를 먼저 만드신 다음에 남자가 홀로 거하는 것이 좋지 않아 보이자 그의 상대자를 지어 주기로 작정하셨다. 하나님께서 남자를 위해 지어 줄 상대자는 다름 아닌 ‘돕는 배필(配匹)’이었다. 히브리어 원문(‘에제르 크네그또’)을 보면 그 의미가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여기서 ‘에제르’는 일반적으로 사람을 도우시는 하나님의 구원을 지칭하는 것으로 하나님께 대하여 자신의 신앙을 고백할 때 주로 사용된다. 시편에 자주 나타나는 ‘도움’이라는 낱말은 바로 이 ‘에제르’를 가리킨다. 그러니까 여기서 ‘도움’이라는 것은 단순히 남의 일을 돕고 거들어주는 다분히 종속적인 행동을 지칭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한 하나님의 도우심과 마찬가지로 남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이고 절대적인 도움을 뜻한다. 다음에 ‘크네그또’는 ‘짝 또는 상대자’(partner; counterpart)를 뜻하는 ‘네게드’라는 낱말이 변형된 것이다. 여기서 짝이나 상대자는 결코 종속적인 지위에서의 짝이나 상대자가 아니라, 동등한 지위에서의 짝이나 상대자를 가리키며, 남자와 여자가 상호 의존 관계에 있음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전체로서 볼 때 이 구절은 ‘그의 짝(또는 상대자)으로서의 도움’으로 직역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 비추어 볼 때,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도움의 존재로, 그리고 남자와 대등한 그의 짝으로 지어졌음이 분명해진다. 하나님께서 여자를 남자의 갈빗대로 만드셨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갈빗대는 히브리어로 ‘생명’을 뜻하는 것으로서, 인체의 가장 중요한 부분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여자는 남자를 지탱해 주는 존재요, 남자의 생명으로부터 비롯된 존재, 또는 남자와 생명을 같이 하는 존재임이 분명해진다. 이것은 남자가 나중에 자신에게 주어진 여자의 이름을 ‘생명’이라는 뜻의 ‘하와’라고 짓는 것(창 3:20)에서도 밝히 드러난다. 더 나아가서 여자가 남자의 하체나 상체의 일부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고 중심부에 있는 갈빗대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는 것 역시 여자가 본질적으로 남자와 동등한 존재임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남자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여자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여자를 만드시는 일에 남자의 역할이 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는 점이다. 이것 역시 여자가 남자와 동등한 독립적인 인격임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하겠다. 따라서 적어도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소중히 여기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여자를 남자의 부속품처럼 생각하는 잘못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 여자를 차별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이 점을 가장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바로 창세기 1장의 인간 창조 기사이다. 26-28절에 의하면, 하나님은 남자와 여자를 똑같이 자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하신 분이요, 어느 특권층에만 자신의 형상, 곧 왕적인 통치권을 부여하신 분이 아니다. 참으로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는 신분이나 계급에 의한 차별, 또는 성별(性別)에 따른 차별이 조금도 없다. 하나님의 형상은 어디까지나 사람이 다른 피조물에 대하여 갖는 통치권을 의미하는 것이지, 어떤 한 부류의 사람들이 다른 부류의 사람들에 대해서 갖는 통치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만들어졌다는 것은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포함하는 모든 인간이 하나님의 창조 질서 안에서는 평등하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한 원리에 의한다면, 오늘날 사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각종 억압과 불의는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파괴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자가 가난한 자를,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것이 그러하다. 또한 힘 있고 권력 있는 자가 그렇지 못한 자를 억울하게 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을 고통과 억압의 땅 애굽에서 해방시킨 출애굽 사건은 그러한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성품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 준다. 이는 출애굽 본문들 속에서 하나님이 약하고 힘없는 자들의 탄식과 부르짖음을 들으시는 분이라는 사실로 구체화된다(출 2:23-24; 3:7-9; 6:5). 이 본문들은 출애굽의 구원과 해방이 아무런 계기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신음소리를 통해서 촉발되었음을 가르쳐준다. 하나님은 힘없고 약한 자들의 부르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을 억압과 속박으로부터 건지시는 분이라는 사실이 여기서 드러난다.
이스라엘 백성의 사회 생활에 대해서 규정하는 각종 법전 자료들이 사회적으로 약한 자들, 특히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및 종(노예) 등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것을 기본 정신으로 하고 있다는 것도 같은 이치에 해당한다(출 22:21-23; 23:9-11; 레 19:9-10; 23:22; 25:6-7; 신 14:28-29; 15:7-11; 24:19-22 등). 이 법규들에 의하면, 하나님은 이스라엘 자손이 사회적인 약자들을 무시하거나 괴롭히는 것을 그대로 두지 않으시는 분이다. 아울러 그는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압제하는 억압적인 사회 구조를 용납하지 않으시는 분이다. 그는 이스라엘 공동체 안의 강한 자들을 낮추시고 그들의 힘을 꺾으시는 분이요, 그들에게 무시당하거나 차별당하는 자들을 보호하시고 그들에게 복을 주시는 분이시다.

3. 다원화 시대의 눈으로 여성 교역의 문제를 바라보자면

성서의 가르침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 내부의 남녀 평등 시각은 세속 사회의 남녀 평등 추세에 비해 상당히 많이 쳐져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범위를 여성 교역자의 경우로 좁혀 보면, 그 상황이 한층 심각함을 금방 알 수 있다. 여성 안수 문제가 해결되면서 여성도 남성과 똑같이 목사 안수를 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현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여전히 여성 교역자에게 매우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임목사나 부목사의 청빙 비율이 여성 목회자의 경우 남성 목회자의 경우보다 한참 낮다든가(그 결과 목사 청빙이 안 되어 그냥 전도사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설교의 기회에 있어서도 성별의 차이가 자주 발견된다는 것이 그 점을 잘 보여 준다. 일반 성도들이나 남성 목회자들 중에 여전히 여성 목회자들의 역할을 남성 목회 보조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무시 못할 차별 요인들 중의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럴 수만은 없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정보화 시대는 그러한 차별의 현실을 무한정 용납하지 않는다. 누구나 인정하듯이 오늘날의 정보화 사회는 예전의 일방적이고 획일적이고 임의적인 의사 결정을 멀리하는 대신에, 개개인들에게 의사 결정의 자유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으며, 상호 협조와 독립을 강조하는 구조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0세기 말 이후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정치, 사회 체제가 무너지면서 이미 시작되었다. 예전에 큰 국가들에게 짓눌려 있던 작은 민족 국가들이 독립을 쟁취하면서, 특정 강대 세력에 의해 모든 것이 좌우되는 시대가 지나가고, 지금까지 무시되었던 다양한 가치들과 삶의 방식들이 기존의 지배적인 가치들이나 삶의 방식들과 동등한 비중을 차지하는 이른바 다원주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학 기술의 발전과 통신 정보망의 발달 역시 다원주의 시대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들 중의 하나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멀티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은 다양한 사회 계층 간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면서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무제한적인 상호 교류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다원주의의 추세 속에서는 나이나 성별에 따른 차이가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제 누구나 전자 통신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을 모든 사람들 앞에 마음껏 표현할 수 있으며, 역으로 다른 사람들을 통하여 매우 다양한 의견들을 접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이제는 소수 엘리트의 생각과 힘에 의존해 오던 중앙집권적인 지배 체제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다. 사회에 속한 모든 구성원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무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교회라고 어찌 예외이겠는가. 급변하는 사회에 속한 오늘날의 교회 안에는 과거와는 달리 다양한 가치와 다양한 기대가 공존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소수 엘리트 남성 지도층에 한정되었으나, 다원적인 가치가 지배하고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시대인 오늘날에는 더 이상 그러한 방식의 목회가 통하지 않는다. 21세기형 교회는 이제 자신 안에 있는 구성원 모두의 가치 체계나 구조적인 특징들(=문화적인 요인들)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힘의 형태를 잘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렇지만 이처럼 절박한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교회가 과연 얼마나 있겠는가? 추측컨대,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일부 교회들을 제외하면, 아직은 한국 교회 대부분이 과거의 (남성) 목회자 중심성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오늘의 한국 교회가 고속 성장의 시대로부터 이탈하여 현상 유지 내지는 성장률 감소라는 불편한 현실을 겪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다원화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채로 (남성) 목회자 중심의 구태의연한 목회 방식을 고집하는 것에도 그 한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제 오늘의 교회가 추구해야 할 이상적인 교역의 방향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곧 교회의 건강과 바람직한 성장을 위하여 교회 안에 잠재되어 있는 자원들의 극대화를 꾀하는 일이다. 교회 안에 있는 평신도들의 지도력을 개발하고 그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바깥으로 이끌어내는 일이 그 일차적인 과제에 해당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잠자고 있는 여성 지도력을 개발하고 충분히 활용하는 일이다. 그 중심에 서 있는 자들이 바로 여성 목회자들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은 한국 교회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자 성도들을 대표하는 자들이라 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한 터에 남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목회 현장에 동역자요 파트너로서 참여해야 할 여성 인력들을 앞으로도 계속 견제하고 그들의 활동 영역을 한정시킨다면, 21세기 한국 교회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이제는 여성 교역의 다양성을 확보해아 할 때다

지금 세상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세상 모든 집단들과 조직들이 그러한 변화에 적응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데도 교회는 여전히 옛날 모습 그대로이다. 세상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교회가 도무지 변하지 않고 있으며, 변하려고 하지도 않는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언제까지고 그렇게 뒷짐 지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교회는 변화를 두려워해서는 안 되며, 그것을 피해서도 안 된다. 변화의 큰 흐름, 곧 교회 구성원 전체의 다원적인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하나님 나라 공동체의 평등성과 주체성을 강조하는 흐름을 받아들이고 수용해야 한다. 그러면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세상 돌아가는 풍조에 너무 줏대 없이 함부로 이끌려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팔짱 낀 채로 그것을 남의 일인 양 마냥 바라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세상의 움직임에 너무 초연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복음의 본질은 변하지 않을지라도 그것을 담는 그릇은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 않은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것들 중의 하나가 바로 여성 교역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한국 교회-특히 남성 목회자들과 일반 평신도들-는 이제껏 유지해온 남성 목회자 중심의 교권적 계층 문화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고, 여성 목회자들에게 있는 능력과 아이디어를 십분 활용하려는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제는 남녀를 차별하는 교역의 구조를 미련없이 남녀 동역자 관계의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여성 목회자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여성 목회자들이 단순히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와 똑같이 목회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이제는 남녀의 차이나 구별을 넘어서서 교회에 필요한 목회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남녀 모두를 공평하게 다루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테면 남녀 목회자의 자유경쟁 체제로 교회 구조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성 목회자와 똑같이 여성 목회자들을 교회에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각종 정책의결 기구에 일정 수의 여성 목회자들이 참여케 하는 여성 할당제 같은-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요, 모든 여성 목회자들로 하여금 남성 목회자들과 동일한 영역에서 다양한 차원의 교역 활동을 할 수 있게 하는 의식의 전환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여성 교역의 다양성 확보는 이렇듯이 일차적으로는 여성 목회자들의 활동 영역을 기존의 남성 목회자들의 경우와 동일한 범위에서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아무리 남녀를 똑같이 다루고 양자의 활동 영역을 동일시한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정하신 남녀의 차이를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성 목회자들에게는 남성 목회자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말이다. 앞으로의 여성 목회는 남성 목회자들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필요로 한다. 그것은 남성 목회자들에 의해 떠밀려 그들이 잘 접근하지 않는 영역에서 활동하는 방식의 차별화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어머니의 감성으로 성도들을 돌보는 모성애 목회 같은 것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명을 낳아 키우고 양육하는 여성만의 독특한 은사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그러한 은사를 교회 안에서만 적용할 것이 아니라, 통일문제나 민족 문제, 북한 교회 재건 문제, 환경 생태 문제, 생명 문제, 청소년 문제, 노인 문제, 성 문제 등의 사회 국가적인 쟁점들에까지 확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관심 영역의 다변화야말로 여성 교역의 다양성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들이 결코 아니다. 사실은 바로 이 점이 가장 큰 문제요 숙제이다. 오늘의 여성 목회자들은 아직도 그들의 삶과 교역을 옥죄고 있는 냉혹한 현실과 맞서 싸워야 하는 이중의 어려움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포기할 일이 아니다. 한국 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남성 목회자 중심의 권위적 구조를 깨뜨리고서 남녀 동역의 목회 구조를 이루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여성 목회자들 스스로가 다원화된 시대의 여성 목회를 위해 준비된 일꾼이 되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또는 환경의 변화를 주도하기 위하여 자기 나름의 전문성과 특수성을 개발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그러한 일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신앙과 신학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일에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여교역자 중심-뜻있는 남성 목회자들을 포함하는-의 공감대 형성과 연대 운동이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 일은 결코 혼자나 소수의 힘만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참으로 우리는 여성 목회자들 모두의 강한 주체 의식과 뜨거운 소명감이 어느 때보다도 많이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일을 위해 하나님께 헌신하는 모든 이들에게 주의 큰 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하며, 21세기 여성 목회의 앞길에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늘 함께 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강성열 2023-08-05 23:57	23-8-6 naver 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