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ㅐ'와 '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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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3-02-05 (일) 22:23 추천:0 조회:225 121.xxx.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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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헷갈리는 말이 많지만 그 중 크게 혼동되는 건 'ㅐ'와 'ㅔ'가 아닐까 싶네요. 특별한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발음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웬만해선 정확하게 쓰기가 쉽지 않은 거죠. 몇 가지 문제를 내볼까요? (1) 돌배개 vs. 돌베개 (2) 외출할 채비를 하다 vs. 외출할 체비를 하다 (3) 단언컨대 vs. 단언컨데 (4) 원고를 개재하다 vs. 원고를 게재하다 vs. 원고를 개제하다 (5) 애피소드 vs. 에피소드 (6) 해프닝 vs. 헤프닝 공연히 더 헷갈리게 하고 있다고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정답을 볼게요. (1) 돌베개/ (2) 채비/ (3) 단언컨대/ (4) 원고를 게재하다/ (5) 에피소드/ (6) 해프닝. 몇 개나 맞았나요? 다 맞혔다고요? 얼핏 눈치 채셨겠지만 위의 문제들은 우선 제가 헷갈려 하던 것들이기도 해요. 자, 그럼 오늘 다루려는 '결재'와 '결제'에 대해서도 알아보자고요.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늘 하던대로 결과부터 말씀드릴게요. '결재'와 '결제'는 둘 다 맞는 말이에요. 의미가 다른 단어들인 거죠. 그런데 이게 또 보통 헷갈리는 게 아니에요. 결국 그 의미와 쓰임새를 익히는 수밖에 없어요. '결재(決裁)'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알리거나 허가 받을 필요가 있을 때 보고하는 걸 의미해요. 그런 경우를 일러 '상사에게 결재 받다'라고 쓰는 거죠. 결재의 '재(裁)'는 '옷감을 재단하다'라고 할 때의 '재'와 같은 의미예요. 그러니까 결재 서류는 그대로 통과되는 게 아니라 상사의 판단에 따라 새롭게 재단되거나 거부될 수도 있다는 걸 아셔야 해요. 반면, '결제(決濟)'는 수정될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물건 대금이나 증권은 아무리 상사라고 해도 함부로 수정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쓰임새를 살펴볼까요. 결재 : 서류를 결재하다, 결재가 나다, 결재를 받다, 결재를 올리다. 결제 : 결제 자금, 어음의 결제, 카드로 결제하다, 자동 결제. 직장인들은 '결재'와 '결제' 때문에 늘 스트레스를 받게 마련이에요. 그러고 보면 저는 얼마나 속 편하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결재 받을 일도, 결제할 일도 없으니까요. 그렇다고 저처럼 살라고 권하고 싶지는 않아요. 좋게 말해 편한 거지, 늘 외롭고 늘 결핍감에 휩싸여 있으니까요. 이제 최소한 '결재'와 '결제'를 혼동해서 창피 당할 일은 없어진 거죠? 덤으로 '돌베개/ 채비/ 단언컨대/ 원고 게재/ 에피소드/ 해프닝'도 아셨을 테고요.... - 최준영(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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