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구약과 고대 근동: 고대 근동 연구의 기본 방향>

강성열 2003-03-12 (수) 00:00 추천:122 조회:4434 211.xxx.42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굴된 다양한 자료들은 이 지역이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구약성서의 세계를 구성한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이 점은 지난 19세기 이래의 고고학과 역사, 문학, 언어, 종교 등에 대한 지식이 증가함에 따라 분명하게 밝혀진 사실이다. 그 결과 구약성서를 고대 근동 지역과 관련지어 연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되었고, 그에 비례하여 구약성서 이해의 폭을 예전에 비해 훨씬 넓혀주는 방법론상의 혁신이 이루어지기에 이르렀다.

이처럼 구약성서를 고대 근동의 역사적이고 종교적인 맥락 속에서 연구하려는 시도는, 학자들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 하나는 구약성서의 많은 내용들이 고대 근동 지역에서 발견되는 문헌들과 평행을 이루고 있다는 지적과 관련된다. 양자 사이에 이른바 연속성(continuity)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다른 하나는 구약성서가 고대 근동이 갖지 못한 자기 나름의 신학적인 독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 그 독특성이야말로 구약성서를 단순히 고대 근동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없게 하는 불연속성(discontinuity)의 중심을 이룬다는 것이다.

고대 근동의 문헌들과 구약성서 사이의 이러한 연속성-불연속성의 관계는 일반적으로 수용-거부(absorption-rejection) 또는 작용-반작용(action-reaction), 유사성-대조성(similarity- contrast), 공통성-독특성(commonality-uniqueness) 등의 다양한 시각에서 이해되기도 한다. 양자 사이의 관계를 규정짓는 이 두 축은 사실상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질 수 없는 성격의 것들이다. 따라서 무릇 구약성서를 연구하는 자라면 반드시 그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대 근동 문헌들을 참조해야 할 것이다.

만일에 두 축 사이의 긴장 관계가 깨뜨려져서 전자(前者), 곧 연속성의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그것은 결국 바벨론이 구약성서에 미친 영향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독일의 범바벨론 학파(Pan-Babylonian School)의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또한 각 종교들의 공통 요소들을 강조하는 영국의 ‘신화와 제의’ 학파(Myth and Ritual School)의 주장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것은 이를테면 개구리나 원숭이의 모양이 사람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들의 조상이 동일하다고 보는 것과도 같다.

‘신화와 제의’ 학파는 그러한 공통 요소들을 다음의 다섯 가지로 정리한다: (1) 신의 죽음과 부활을 극화함, (2) 창조 신화를 낭송하거나 재현함, (3) 창조신의 승리를 묘사하는 투쟁 의례(ritual combat), (4) 거룩한 결혼, (5) 승리의 행렬 등이 그러하다: S. H. Hooke, “The Myth and Ritual Pattern of the Ancient East,” in S. H. Hooke (ed.), Myth and Ritual: Essays on the Myth and Ritual of the Hebrews in Relation to the Culture Pattern of the Ancient East (London: Oxford University Press, 1933), 8.

이와는 정반대로 위의 두 축이 후자(後者), 곧 불연속성의 쪽으로 기울어진다면, 그것은 구약성서가 형성된 역사적인 배경을 도외시하는 것인 동시에, 끊임없이 주변의 종교와 문화에 대응해 온 이스라엘의 역동적인 삶의 차원을 송두리째 외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본 과목의 주요 관심은 바로 그러한 균형과 긴장 관계를 잃지 않으려는 데에 있다. 그러면서도 종국에 가서는 단순한 parallel hunting(평행구절 찾기)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구약성서의 규범적인 신앙이 갖는 차별성을 강조하는 선에서 논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필자는 강조하고 싶다.

그렇게 해야만 구약성서가 고대 근동의 배경 속에서 갖는 독특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고 또 구약성서의 신학적인 교훈들을 더욱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절한 예가 되지는 않지만 원숭이를 고대 근동이라 하고 사람을 구약이라 할 경우 양자 사이에는 평행 요소들이 많지만 사람에게는 원숭이와 구별되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를 위해 먼저 구약성서와 이스라엘 종교의 배경을 이루는 고대근동의 지리와 역사를 정리하고자 한다.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가나안 등지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살필 것이다. 이들 지역의 역사 정리는 반드시 이스라엘 역사와의 관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참조, IDB(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ABD(Anchor Bible Dictionary)/ 기독교 대백과 사전 등의 해당 항목들.

그리고 나서 구약성서와 평행을 이루거나 구약성서에 영향을 미친 고대근동 문헌들(신화 또는 종교, 역사, 서정 문학, 지혜 등)을 찾아 읽어보고 양자 사이에 있는 유사성과 차이성을 살핀 다음 구약성서의 독특성이 어디에 있는가를 연구한다. 문헌 연구는 필연적으로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스라엘 종교와 고대근동 종교를 비교 연구하는 것을 포함하는 바, 이에 대해서는 해당 교재를 통해서, 그리고 수강생 여러분의 발표를 통해서 접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