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구약과 고대 근동: 악카드-바벨론과 앗수르>

강성열 2003-03-26 (수) 00:00 추천:203 조회:6414 211.xxx.125

1. 수메르가 이라크 남쪽 지역에 정착하여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시초를 이루었던 반면에, 주전 2600년경부터는 유목을 주업으로 하는 악카드(Akkad) 족속이 이라크 북쪽 지역에 정착하여 최초의 셈족 문화를 이루었다. 악카드 왕국의 실질적인 창시자인 사르곤 1세(Sargon I; 주전 2334-2279년)가 잠시 수메르를 정복한 이후로 악카드 종교는 수메르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아 종교적으로 볼 때 수메르 종교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1-1. 악카드라는 이름은 창세기 10:10에서 아가데(Agade)라고 불리운다: C. H. Gordon, “Accad,” IDB I, 23; James R. Davila, “Accad,” ABD I, 49; Roger S. Boraas, “Accad,” Harper's Bible Dictionary, 8. 악카드는 수메르의 문화와 종교를 거의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에 수메르족이 셈족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셈족 문명의 기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2. 악카드 왕국 자체는 오래 가지 못했지만 셈족어의 시초인 악카드어는 19세기 말에 제각기 메소포타미아의 남쪽과 북쪽 지역에 정착하여 왕국을 건설한 바벨론(Babylonia)과 앗수르(Assyria)로 이어져 바벨론어와 앗수르어로 발전하였고, 이 두 왕국의 종교는 바뀌어진 신들의 이름을 빼고는 이전의 수메르/악카드 종교를 거의 그대로 이어 받았다.

2-1. 악카드는 2250년경 코카서스(Caucasus)로부터 이동해 온 구트족(Gutians)에 의해 멸망당했다(리빙스톤 50). 수메르 -> 악카드 -> 구트족 -> 수메르의 재건(구데아의 라가쉬와 우르 3왕조) ->아모리족 -> 바벨론(함무라비) -> 카시트족(Kassites, 1530년 시작) -> 앗수르(14세기) -> 앗수르(니느웨)의 멸망(612년, by Medes/ 장일선 166).

3.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역사는 수메르에서 바벨론/앗수르로 옮겨갔지만, 풍요 제공을 포함한 신들의 다양한 역할과 기능은 별다른 변화를 겪지 않고서 거의 그대로 승계되었다. 즉 후에 수메르 만신전의 최고신이 된 엔릴에게서 마르둑(Marduk)과 아슈르(Ashur)에게로 힘의 이동이 이루어지고, 성혼의 주인공인 두무지는 담무스(Tammuz)로 그 이름이 바뀌며, 풍요의 여신 이난나는 사랑과 전쟁의 여신인 이슈타르(Ishtar)에게 그 역할을 넘겨준다. 엔키 역시 에아(Ea)로 바뀌고 그의 배우자인 닌후르삭은 담키나(Damkina)로 그 이름이 바뀐다.

3-1. 마르둑은 구약에서 므로닥(Merodach)으로 표기되며 그의 별칭인 벨(Bel)로 자주 불리운다(사 39:1=므로닥발라단 [왕하 20:12=부로닥발라단]; 46:1=“벨은 엎드러졌고 느보는 구부러졌도다” ; 렘 50:2=“바벨론이 함락되고 벨이 수치를 당하며 므로닥이 부스러지며”; 51:44= “내가 벨을 바벨론에서 벌하고”). 외경의 ‘다니엘과 벨과 용’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의 아들 나부(Nabu) 역시 구약에서 느보(Nebo)로 표기된다(사 46:1): J. Finegan, Myth and Mystery, 29.

4. 갈대아 우르(Ur of the Chaldeans); 카스딤(창 11:28)을 70인역은 칼데인들(Χαλδαιων)로 번역한다. 칼데인들이 우르에 들어온 것은 주전 9세기 초반경이다. 나보폴라살(625-605)은 신바벨론 왕조 또는 칼데 왕조를 세웠다(625-539). 그의 아들 느부갓네살 2세(604-562)는 앗수르가 정복했던 대부분의 지역을 차지함으로써 바벨론 제국을 강대국으로 키웠다. 그는 597/ 587년 두 차례에 걸쳐 남왕국 유다를 침공했다(조철수 23-26).

5. 마리: 현재 시리아의 Tell Hariri로 확인된 마리는 1933년부터 A.Parrot의 지도 아래 프랑스 발굴대가 발굴하기 시작했다. 마리 문서는 2500-1700년 사이의 북서 메소포타미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마리는 악카드 왕국을 세운 사르곤 대왕(2334-2279), 우르 제3왕조(2112-2004), 고바벨론의 함무라비(1792-1750) 등에게 정복당했다. Yahdum-Lim(1810)과 Zimri-Lim(1780-1760) 때에 재건되어 전성기를 누렸다. 하비루에 대한 언급이 있다(조철수 27-28).

6. 하란에서 가까운 누지는 주전 1500년경 호리족(Hurrians; 창 14:6; 36:20)의 중심지였다. 누지 풍습은 다음의 사실들을 뒷받침한다. 창세기 11:28-29에 의하면 나홀은 죽은 형제인 하란의 딸, 곧 조카인 밀가와 결혼한다. 고아인 조카를 합법적으로 입양하고서 결혼한 것이다. 밀가에게 나홀은 자신을 입양한 아버지이면서 동시에 남편이다. 사라가 아브라함의 아내이면서 여동생인 것도 그렇다(창 12:13, 19). 창세기 20:12에 의하면 사라는 아브라함의 아버지의 딸로서 아브라함과는 어머니가 다르다. 창세기 24:53-61의 이삭과 르브가의 관계도 부부이면서 남매인 경우에 속한다(조철수 24-25, 29). 호리족은 미타니(1450-1360) 왕국에서 절정을 이루었다(리빙스톤 47).

6-1. 누지 문서는 양자 제도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누지 풍습에 의하면 자식 없는 부부는 종들 중의 한 명을 상속자로 입양할 수 있었다. 창세기 15장에서 아브라함이 엘리에셀을 입양하고자 한 것이 그렇다. 또는 아내가 자기 몸종을 남편에게 주어 상속자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본 부인이 아들을 낳으면 그 아들은 자동으로 종이나 몸종의 아들 대신에 상속자가 되었다. 본 부인의 아들이 태어났다고 해서 상속자로 입양된 종이나 몸종의 아들을 쫓아내서는 안되었다. 누지에서도 에서처럼 양 세 마리에 장자권을 파는 일이 있었으며, 임종하는 아버지의 구두 축복은 법적인 효력을 가지고 있었다(Kitchen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