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오재식 선생 장례예배 설교(김근상 주교): 우리에게 꽃으로 남은 당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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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13-01-13 (일) 07:27 추천:107 조회:1458 221.xxx.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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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오재식 선생 장례예배 설교 NCCK 김근상 회장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본문 : 신명기 34:4~7 제목 : 우리에게 꽃으로 남은 당신 1. 인사 우리는 지금 사랑하는 고 오재식 선생을 하나님께 맡겨드리고자 합니다. 평생 진실하게 사명을 감당하며 따뜻함을 보여주신 고인을 떠나보내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만, 우리는 오늘 이 자리를 슬픔이 아니라 희망과 새로운 다짐의 자리로 기억하기를 원합니다. 2. 가나안을 바라보는 모세의 죽음 1) 이스라엘 역사에서 가장 뛰어난 영웅 모세의 삶은 글자 그대로 파란만장했습니다. 히브리 노예의 자식으로 출생, 이집트 파라오의 궁정에서 성장, 혈기왕성한 민족주의자, 광야의 평범한 목동, 그리고 80세에 떨기나무 불꽃에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 출애굽의 기적, 광야 40년…. 이 모든 우여곡절의 최종 목적지는 가나안이었습니다. 역사의 광풍과 모진 고난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을 지키며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가나안에 들어간다는 희망을 놓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 40년의 긴 방랑을 마치고 드디어 모세는 가나안이 바라보이는 느보 산에 이르렀습니다. 그의 나이 120세–성서는 모세가 아직도 눈이 흐려지지 않았고, 기력이 쇠하지 않았다고 기록합니다. 이제까지의 모든 수고와 험난한 과정을 종결하는 가나안 입주는 모세의 오랜 꿈이고 역사의 결정체였습니다. 그토록 중요한 역사적 순간에 하나님은 모세의 생명을 거두어가십니다. 모세는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제가 하나님이라면 모세가 시작한 일을 완성하고 부를 것 같은데, 하나님의 계획은 달랐습니다. 여기까지가 모세에게 주신 하나님의 사명이라는 것이지요. 3. 오재식 선생의 삶 1) 그는 한 마디로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모두 경험한 분이었습니다. 일제 시대인 1933년에 태어나 해방과 분단, 한국 전쟁, 4.19 혁명과 두 번에 걸친 쿠데타, 군부 독재, 민주화와 보수화의 격랑 등과 직접 부딪쳤습니다. 오 선생은 늘 역사의 한복판에 서 있었습니다. 그가 그렇게 집착했던 현장은 평안이나 풍요와는 거리가 먼 고난과 아픔의 세계였습니다. 위험하고 두려운 현장에 끈질기게 남아있었던 것은 새로운 세계에 대한 열망 때문이었습니다. 2) 오 선생은 향년 80세 - 아직도 건장한 체력과 정확하고 폭넓은 시야와 판단력, 그리고 뜨거운 의지를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파라오의 권력과 대결하고, 홍해도 가르고, 광야의 거친 과정도 어느 정도 거쳤습니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가나안이 다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오 선생의 기한을 여기까지로 정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본인이나 우리 모두가 참으로 아쉽습니다. 그러나, 모세의 죽음은 이후 이스라엘 역사에서 여호수아와 같은 다음 지도자들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듯이, 하나님은 오 선생의 죽음 속에 또 놀라운 계획을 담아두셨으리라 믿습니다. 4. 오재식이란 메시지 ‘미디어는 곧 메시지’란 말이 있듯이, 오재식은 그 자체로 오늘 우리에게 하나의 메시지입니다. 아주 소중한 메시지입니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 한국교회와 사회는 매우 깊은 좌절의 기운에 휩싸여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재식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오늘의 좌절을 희망으로 전환시켜야 하겠습니다. 1) 첫째, 오 선생의 메시지는 현장이 혼란할수록 현장의 좁은 공간에 갇히지 말고 세계적 시각을 지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 선생은 한국 사회의 변혁을 위해 늘 큰 틀에서 보려고 했습니다. 한국은 동떨어진 한국이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관계 속에 놓여있는 한국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하든지 세계-아시아-한반도라는 관점을 놓치지 않으려할 때 올바른 방향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2) 둘째, 오 선생의 메시지는 현장을 떠난 하나님 나라는 공허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나라는 관념에 있지 않고 구체적 삶의 현장 – 고통스럽고, 유치하고, 탐욕과 욕망이 꿈틀대고, 두렵고 힘겨운 현장, 그래서 사실은 떠나버리고 산 위에다가 초막 셋을 짓고 눌러 살고 싶지만, 우리의 발걸음은 끊임없이 산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 선생에게 현장은 공포, 고독, 유랑, 빈곤, 위험, 극기를 요구하는 영혼의 싸움터였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산 밑의 현장을 진심으로 사랑했습니다.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3) 셋째, 오 선생의 메시지는 회피하고 싶은 현장을 꽃으로 수용하는 아름다운 변혁입니다. 현장의 눈물과 한숨을 빙긋한 웃음으로 돌려놓는 연금술입니다. 그것은 십자가의 고통스런 삶을 춤추면서 맞이하신 그리스도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실천하고픈 고백입니다. 오늘 한국 기독교가 고난의 현장을 고난으로 받아들인다면 구원의 환희는 달아날 것입니다. 복음은 고난을 꽃으로, 재를 화관으로 바꾸는 능력입니다. 5. 희망의 꽃 1) 우리는 지금 양극화 세계, 주변 강대국들의 보수화, 그리고 우리 사회 진보의 좌절 앞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희망의 꽃이 곳곳에서 시들어가고 있으며 그 자리에 죽음의 세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2) 19세기 영국의 화가 왓츠((George Frederick Watts)는 ‘희망’이라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19세기 유럽의 음울한 세기말 정신과 딸의 죽음이라는 절망적 상황 속에서 그는 오히려 희망을 그렸습니다. 눈을 가린 채 지구에 맨발로 앉아 있는 여인은 애써 수금을 타려합니다. 그러나 수금은 이미 줄이 다 끊어졌고, 한 줄만 가냘프게 남아있습니다.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이 여인은 고개를 숙여 수금을 움켜쥐고 줄을 튕기려고 합니다. ‘희망’은 저절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 선생이 현장을 꽃이라고 부른 것은 우리에게 지워지지 않는 희망으로 다가옵니다. 6. 우리에게 꽃으로 남은 당신 1) 기독교의 현실 참여와 그 방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함으로써 고전이 된 영화 ‘미션(1986년)’에서 롤랑 조페 감독은 쉽게 역사를 잊어버리는 우리에게 부활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 신부들은 죽고 저는 살아남았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죽은 자는 저고 산자는 그들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그렇듯, 죽은 자의 정신은 산자의 기억 속에 남기 때문입니다.” 2) 우리는 오늘 아쉽고 슬픈 마음을 가눌 수 없지만, 그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오 선생께서 원치 않으실 것이 확실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우리는 그 분을 하나님께로 기쁘게 보내드립니다. 냉철한 현실분석과 함께 늘 따뜻한 미소와 다감한 격려, 암 투병 중에서도 화이팅을 외치던 모습은 영원히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모세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이스라엘 역사의 기억이 되었듯이, 우리는 오 선생을 오래오래 간직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오재식 이란 이름을 희망이라고 읽고 기억할 것입니다! 당신에게 현장이 꽃으로 다가왔듯이 우리에게 당신은 꽃으로 남아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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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13-01-13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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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식 선생의 장례식은 지난 1월 7일 오전 9시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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