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구약과 고대 근동: 성서고고학과 고대 근동>

강성열 2003-03-12 (수) 00:00 추천:114 조회:5633 211.xxx.42

고대 근동 지역은 처음에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및 시리아-팔레스틴 등지를 포함하는 이른바 ‘비옥한 초생달 지역’(the Fertile Crescent)으로 불렸다. ‘비옥한 초생달’이라는 표현은 미국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의 동양학 연구소(Oriental Institute)를 설립한 이집트학 전문가 브레스테드(James Henry Breasted)가 맨 처음 사용하였다(1916). 그러나 오늘날에는 그 표현이 그렇게 자주 사용되지 않는다. 권위 있는 두 성서 사전(The Interpreter's Dictionary of the Bible, 1962년판/ The Anchor Bible Dictionary, 1992년판)에 ‘Fertile Crescent’라는 항목이 없는 것을 보면 그 점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나중에 이 지역은 학자들에 의해 ‘고대 근동’(古代近東; Ancient Near East)으로 불리면서 지금의 터키,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등지를 포함하는 광대한 지역으로 이해되었다. ‘고대 근동’이라는 표현이 학계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이 지역의 발굴과 그 결과에 대한 연구가 프랑스, 영국, 독일 등의 유럽 지역 학자들에 의해 주도되었기 때문에 생겨난 필연적인 결과이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현상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등과 같은 개념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이 지역이 오늘날에는 중동(中東) 지방으로 불리는 점에 착안하여 ‘고대 중동’ (Ancient Middle East)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이 아주 드물게 있다. 미국 학자들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또 중동 지역 학자들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에 유럽적인 시각을 강하게 가지고 있는 ‘고대 근동’ 대신에 ‘고대 중동’이라는 보다 현대화된 용어를 사용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넓게 보면 이스라엘도 고대 근동에 속하지만, 절대 다수의 구약학자들은 이스라엘과 주변 세계를 구별하기 위하여 편의상 ‘고대 근동’이라는 표현에 이스라엘을 포함시키지 않는다.

H. Darrell Lance, The OT and the Archaeologist (Philadelphia: fortress, 1981), 1: 망실된 인간 역사(lost human history)의 발견은 고고학적인 탐사(exploration)와 발굴(excavation) 및 해독(decipherment) 등의 작업을 통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200여년 전만 해도 고대 근동 지역에 대한 지식은 거의 성서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이차적으로는 헤로도투스, 요세푸스, 유세비우스 등과 같은 고전적인 저술가들의 간접적인 정보나 여행가들의 여행 이야기들에 의존하기도 했다.

유럽의 확장과 더불어 그리이스와 로마 이외의 거대한 문명 세계가 고대 근동 지역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 발단이 된 것은 1798년에 이루어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이었다. 학자들을 대동한 그는 나일 삼각주의 로제타라는 마을-알렉산드리아 북동쪽 약 56km 지점에 있는(O. Neubert, 『왕들의 계곡』, 32)-에서 한 개의 석비를 발견하였다(Rosetta Stone/ 1799년 7월 15일에 발견/ 현재 대영 박물관 소장). 이 석비는 이집트의 프톨레미 5세(Ptolemy V)가 세 가지 언어, 곧 위로부터 두 가지 형태의 이집트어(hieroglyphic=전형적인 상형문자/ demotic=민간인들의 통속문자 또는 民用문자)와 그리이스어로 기록한 문서였다. 로제타 석비의 문자들은 프랑스의 샹폴리옹 (Jean Francoise Champollion, 1794-1880)에 의해 해독되었다.

참고자료/ 동아일보 1999년 7월 13일(화) 기사: 제목 - [로제타石 발견 200주년]『고고학 최고 성과』: 내용 - 고대 이집트 문명의 수수께끼를 푼 열쇠가 된 로제타석이 15일로 발견 200주년을 맞는다. 로제타석을 처음 발견하고 그 위에 새겨진 상형문자를 해독한 프랑스와 로제타석을 보관 중인 영국에서는 각종 기념행사가 이미 시작됐다. 로제타석의 상형문자를 처음으로 해독한 프랑스 언어학자 장 프랑수아 샹폴리옹(1790～1832)의 고향인 프랑스 지롱드 지방의 피제악은 축제 분위기에 싸여 있다.

샹폴리옹 박물관은 10일부터 9월30일까지 200년 전과 현재의 이집트학 연구방법 비교 전시회를 개최한다. 17일에는 이집트 전통 춤과 음악 공연이, 18일에는 ‘샹폴리옹과 상상력’이란 주제의 학술토론회가 열린다. 파리에서도 10월 16일 생거 폴리냑 문화재단과 이집트학 협회 주최로 기념세미나가 열린다. 로제타석을 소장하고 있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은 10일 로제타석의 발견경위와 이집트 상형문자 읽는 법 등을 소개하는 전시회를 시작했다.

로제타석은 문자가 가득 새겨진 가로 72㎝, 높이 114㎝, 두께 30㎝의 현무암. 1799년 7월 15일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대 소속이던 피에르 부샤르 대위가 알렉산드리아에서 56㎞ 떨어진 지중해 해변의 작은 마을 로제타(아랍어로는 라시드)에서 발견했다. 로제타석에는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 아랍인들이 사용했던 민중문자(상형문자의 필기체), 그리스 문자 등 세 가지 문자로 프톨레마이오스 5세가 기원전 196년에 발표한 법령과 왕의 공덕을 기리는 내용이 새겨져 있다.

전쟁에서 패한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포기하면서 로제타석은 1801년 영국으로 넘어갔다. 로제타석 해석의 기초는 영국의 이집트학자 토머스 영이 닦았다. 그는 새나 동물모양의 문자에서 얼굴을 향하고 있는 방향을 연구해 부호 읽는 법 등을 알아냈다. 샹폴리옹은 영의 뒤를 이어 해석에 착수해 1822년 9월14일 26개 이집트 상형문자의 의미와 음가, 용법을 밝혀냈다. 그는 이집트 상형문자가 음가를 나타내는 표음문자와 뜻을 표현하는 표의문자, 그리고 그림문자 등 세 가지가 복합돼 이뤄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파리〓김세원특파원>

★착잡한 이집트★ : “우리는 보물을 도둑맞았는데 무엇을 축하한단 말인가. 그 부재(不在)를 축하하란 말인가?” 이집트 고대 유물 최고협의회 관리국장 모하마드 알 소가야르는 최근 로제타석 발견 2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달라는 영국 측의 초청장을 받자 오히려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협의회사무총장 알리 가발라도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것의 발견 200주년을 축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집트는 로제타석 발견과 관련해 아무런 기념행사도 하지 않는다. 이집트에서는 한때 영국에 유물반환 요청을 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전문가들도 반환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카이로 AFP연합>

정규영, 『이집트에는 미라가 없다』 43 = 현재 이집트의 국어는 아랍어이지만, 영어와 불어가 상류층 사이에서 쓰인다. 이집트 사람들은 아랍어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코란이 아랍어로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아랍어는 630년대 초까지만 해도 아라비아 반도에 한정되어 사용되었으나 이슬람의 정복 활동과 함께 넓은 지역으로 전파되어 9세기-11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국제어이자 세계 문화의 매개체가 되었다. 현재 아랍어는 유엔의 6대 공용어 중 하나이고, 아프리카 통일 기구의 제3언어인 동시에, 세계 이슬람 연맹의 제1언어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1/3이상에서 아랍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아프리카 국가 중 20%가 아랍 국가이다. 아프리카 대륙에만 1,000개 이상의 언어가 있고 감비아 한 나라에만 무려 13개의 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아랍어의 위상은 막강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이라크가 거의 점령하고 있는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1842년에 프랑스의 모술(Mosul) 지역 부집정관(vice-consul)인 Paul-Émile Botta의 Khorsabad(앗수르의 Sargon II의 수도) 발굴이 그 시초를 이루었다. 이어서 A. H. Layard가 Calah, Nineveh, Assur 등지를 차례로 발굴하였다. 비록 이 시기의 발굴 작업이 보물찾기(treasure hunts)의 수준을 넘지 못하였으며, 발굴 기술이 미숙하여 유물이나 유적지를 심하게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는 했지만, 이들의 발굴 작업은 유럽 전역의 학자들에게 큰 흥미거리를 제공했다.

팔레스타인 지역의 고고학 발굴 상황은 훨씬 열악했다. 이 지역은 많은 성지 순례자들과 십자군의 관심을 끌었지만, 그들의 관심은 대체적으로 경건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체계적인 발굴 작업은 미국의 Edward Robinson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는 1837-38년과 1851-52년에 두 차례에 걸쳐서 탐사 여행을 했다. 그 후로 모압 석비(Moabite Stone, 1868)와 실로암 비문(Siloam Inscription, 1890) 등이 발굴되었지만, 옛 고분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은 Sir Flinders Petrie의 남부 해안 평야에 속한 Tell el-Hesi 발굴이 효시를 이루었다.

고고학 연구 자료에는 크게 문자로 남아 있는 기록, 곧 written texts/ documents(=epigraphic evidence)와 유물이나 유적 자료, 곧 unwritten/artifactual/mute materials(=nonepigraphic/silent evidence)의 두 가지가 있다. Lance 9; 양으로 치면 후자가 전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후자는 질그릇이 주종을 이룬다(pottery chronology가 있을 정도). 그러나 이번 학기의 수업은 전자에 기초한 것이다. 문자 기록물은 반드시 그 문자에 대한 해독이 있어야만 한다.

고고학 발굴 작업이 초기에는 여행이나 답사, 도굴품 매입, 표층 탐사 등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나중에는 심층 탐사를 통하여 공시적이고 통시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되었다. 방사성 탄소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대 측정도 이루어졌다. tell(아라비아어 = artificial mound/hill)에 대한 집중적인 발굴 작업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유물, 유적 자료는 tell에서 비롯된 것이다. 텔은 주거 공간으로 오래도록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에 아직도 발굴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텔을 통해서 발굴한 자료들은 전체적으로 볼 때 극소량의 것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자료들이 주거 공간 밑에서 잠자고 있을 것이다. 잠시 사람이 거주하다가 버려진 폐허(ruins)도 일부이기는 하지만 발굴 자료들을 가지고 있다.

원용국『성서고고학: 구약편』, 26; 연대 결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상대적 연대(relative chronology)와 절대적 연대(absolute chronology)가 그렇다. 전자는 다른 지역(나라) 유물과의 비교를 통해서(형태나 모양의 차이에 근거), 또는 과학적인 분석 방법을 통해서 연대를 결정하는 것이고, 후자는 유물이나 문서에 연대가 표시되어 있을 때 그 연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를 말한다. 문희석 편, 『성서고고학』, 16; 시카고 대학의 Willard F. Libby는 1946년과 1950년 사이에 방사성 탄소의 반감기(5500년)에 기초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Radio-Carbon Dating)을 개발했다.

tell(히브리어로는 tel)의 발굴과 탐사의 기본 방법에는 층위학(stratigraphy, 層位學)과 유형학(typology)의 두 가지가 있다. 전자는 유물이 출토되는 지층에 따라서 연구하되 지층의 상하관계에 의하여 신구를 정하는 통시적인 연구를 칭하고, 후자는 그릇이나 토기 등의 유물(물질 문명)의 형태 비교를 통한 통시적이고 공시적인 연구를 칭한다. 신명기 13:16은 tell에 대해 언급한다: “또 그 속에서 빼앗아 얻은 물건을 다 거리에 모아 놓고, 그 성읍과 그 탈취물 전부를 불살라 네 하나님 야웨께 드릴지니, 그 성읍은 영영히 무더기(히브리어 tel)가 되어 다시는 건축됨이 없을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