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구약과 고대 근동: 수메르>

강성열 2003-03-26 (수) 00:00 추천:93 조회:4571 211.xxx.125

1. 메소포타미아(μεσοs ποταμοs): 문명의 발원지요 모판인 수메르의 존재는 오페르(Jules Oppert)가 1869년 1월 17일에 처음으로 ‘수메르’라 불리는 민족과 언어가 존재했다는 주장을 내세운 이래로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실로 고정되기에 이르렀다: S. N. Kramer, The Sumerians, 21. 수메르 문명은 주전 3500년경(또는 4000년경)에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Benjamin C. Chapman, “Sumer,” The New International Dictionary of Biblical Archaeology (Grand Rapids: Zondervan, 1983), 425.

1-1. 창세기 24:10=“이에 종이 그 주인의 약대 중 열 필을 취하고 떠났는데 곧 그 주인의 모든 좋은 것을 가지고 떠나 메소보다미아(히브리어로 '아람 나하라임'/ 개역이나 개역 개정판이 동일함/ 표준새번역=‘아람 나하라임’/ NRSV=Aram-naharaim)로 가서 나홀의 성에 이르러”; 개역과 개역 개정판은 신명기 23:4과 사사기 3:8의 ‘아람 나하라임’을 똑같이 ‘메소보다미아’로 번역하고(개역 개정판은 사사기 본문에서만 각주에서 히브리어로 ‘아람 나하라임’임을 밝힘), 역대상 19:6의 경우에는 히브리어를 그대로 음역하여 ‘아람 나하라임’으로 번역함. 반면에 표준 새번역은 ‘메소포타미아’(신 23:4; 삿 3:8), ‘나하라임의 시리아 사람’(대상 19:6)으로 번역함. NRSV는 Mesopotamia(신 23:4), Aram-naharaim(삿 3:8), Mesopotamia(대상 19:6) 등으로 다양하게 번역함.

1-1-1. 엄원식 <구약성서 배경학>(침신대 출판부, 1992), 25; 유프라테스의 길이는 2,736km로서 유유히 흐르고 있고 티그리스는 2,240km로서 가파르고 급류를 이루어 홍수를 유발한다. 눈 녹은 물이 봄철의 최대 강우량과 합쳐지게 되는 5-6월에는 메소포타미아 저지대를 지나는 강물이 최고 수위에 이른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와 산에서 녹은 눈은 그 시기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어서, 홍수의 시기는 왕과 사제들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했다. 자연의 불확실성과 포악성 및 예측할 수 없는 돌발 사태는 메소포타미아의 운명이 절대 권능을 가진 유일한 한 신에 의해 다스려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신들의 복잡한 상호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1-1-2. 엄원식 25; 또한 지형적으로 메소포타미아는 사방으로 열려져 있어서 주변 사막에 있던 유목민들의 끊임없는 침략에 시달렸다. (26) 그 까닭에 그들의 신들은 전쟁의 신으로 이해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자연의 변덕과 외적의 침입에 대하여 인간 스스로가 질서 유지와 사회 안정에 책임이 있다고 보아 일찍부터 왕정 제도와 사회 체제, 그리고 법전과 조약을 발달시켰다. 오늘날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시리아와 터키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라크의 영토가 되었다.

1-2. A. Läpple, 『성경과 오늘: 돌과 문서가 말한다면』, 김윤주 편역 (분도출판사, 1976), 15-17: 수메르 문명의 흔적은 두 강에서 흘러나온 점토를 모아 만든 점토판 문서(clay tablet)에 의해 지금까지 손상되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모든 기록물은 거의가 점토판에 기록되어 있다.

1-2. 반면에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물감과 갈대 펜을 사용)를 사용하였다. 파피루스 식물로 만든 파피루스 종이는 매우 부드럽고 다공질(多孔質)이기 때문에 습기를 잘 빨아들인다. 그래서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이 오는 지방에서는 급속히 상하여 부서지지만 건조한 지방이나 사막의 모래 속에서는 오래도록 보존된다. 이와는 달리 아직 무두질을 하지 않은 짐승의 겉가죽으로 만든 가죽 두루마리나 양피지(짐승 가죽을 표백한 다음에 세심히 다듬어서 부드럽게 만든 것)도 쓰이는 바, 사해 사본은 대부분 가죽 두루마리로 되어 있다.

1-3. 파피루스: 성경에는 다섯 번 정도 언급되고 있다. The Bible(성경)이라는 단어도 파피루스에서 유래된 것이다. 물론 종이를 나타내는 paper도 파피루스에서 유래되었다.

“갈(=papyrus) 상자” (파피루스 바구니, a papyrus basket=NRSV; 출 2:3)
“갈대 배(파피루스 보트, vessels of papyrus=NRSV)를 물에 띄우고” (사 18:2)
“시랑의 눕던 곳에 풀과 갈대와 부들(rushes=NRSV)이 나겠으며” (사 35:7)
“왕골(papyrus=NRSV)이 진펄이 아니고 나겠으며 갈대가 물 없이 자라겠느냐?” (욥 8:11)
“종이(χαρτης, 파피루스, paper=NRSV)와 먹(ink)으로” (요이 1:12)

2. 수메르는 오늘날의 이라크 남쪽 지역(바그다드에서 페르시아만까지)과 거의 일치하는 지역으로, 셈족(Semitic) 문화의 기원을 이루면서도 셈족 문화권(3대 종교의 발상지=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속하지 않은 곳으로서, 도시 문화에 기초한 농경 문화가 중심을 이루었다. 셈족 문화권이 아닌 수메르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이렇다 할 정설이 없는 상태이다(중앙 아시아의 고원 지대?).

2-1.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수메르 사람들이 바벨론 지역에 정착한 후에야 비로소 수메르 문명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A. Haldar, “Woher kamen die Sumerer?” BO 22(1965), 131-140; J. Oates, Babylon (London: Thamse and Hudson, 1986), 19-23; J. S. Cooper, “Sumer, Sumerians,” ABD 6, 231-234. 엄원식 50; 주전 3천년경의 수메르는 12개의 도시 국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대표적인 도시 국가들에는 Ur, Uruk(Erech), Larsa, Lagash, Kish, Isin, Nippur 등이 있었다.

2-2. 엄원식 53; 수메르에서는 통치자를 Lugal이라 불렀다. 초창기에는 실제 권한이 제사장인 En-si에게 있었으나 점차 권력이 루갈에게 집중되었다. 수메르의 왕 목록(Sumerian King List)은 홍수 이전에 메소포타미아 지역을 다스린 140명의 왕들 이름을 담고 있다(조철수 『사람이 없었다....』, 221-226/ Beyerlin 87-89). 가장 오래된 도시 국가인 Kish(마지막 왕은 Agga)와 Erech(길가메쉬) 사이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가 ‘길가메쉬와 악가’에 실려 있다(장일선 170-175).

2-3. 수메르는 2400년경부터 악카드의 지배를 받았고 그 후에는 악카드를 정복한 구트족(Gutians)의 지배를 받다가 2100-2000 사이에 잠시 독립을 회복할 수 있었다(리빙스톤 47). Gudea가 Lagash를 중심으로 수메르 문화를 회복하였으며 구데아가 죽은 후에는 우르에게로 지도권이 넘어갔다.

2-4. 회복된 수메르는 우르 제3왕조 때 전성기를 이루었다. ‘수메르와 악카드의 왕’이라는 칭호가 따랐다. 제3왕조의 창시자인 Ur-Nammu의 법전은 가장 오래된 것이다. 우르 3왕조는 1970년경에 셈족 계열인 아모리족에게 멸망한다. 후에 아모리족의 한 도시 국가인 바벨론이 메소포타미아 전역을 평정하면서 함무라비(1792-1750) 시대가 열린다(장일선 165-166).

3. 수메르의 종교: 수메르 사람들은 우룩(아래의 참고 사항)의 수호신인 하늘의 신 안(An=수메르어/ 악카드어로는 아누, Anu)를 만신전(pantheon)의 최고신으로 이해하였다. 아누 밑에는 그의 아들이요 니푸르(Nippur)의 수호신이면서 공기의 신이요 폭풍우의 신인 엔릴(Enlil)이 있었고, 엔릴 다음에는 에리두(Eridu)의 수호신으로서 물의 신인 엔키(Enki)와 지모신(地母神; Mother Earth)인 닌후르삭(Ninhursag)이 있었다. 참고: Uruk - 고대에는 우룩으로 불렸으며, 오늘날에는 와르카(Warka)로 불린다. 창세기는 우룩을 에렉(Erech)이라 부른다(창 10:10).

3-1. 신들의 아버지요 모든 통치자들의 모델인 아누가 신들 세계의 권위(authority)를 대표하는 자로서 명령을 내리는 신이라면, 엔릴은 신들 세계의 힘(force)을 상징하는 자로서 아누의 권위를 대변함과 동시에 그의 명령을 집행하는 일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엔릴의 명령 집행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폭풍우로 원수들이나 범법자들을 파멸시키는 전쟁과 심판의 기능으로 이해되었다: H. Frankfort 외 4인 공저, The Intellectual Adventure of Ancient Man, 136-144. 흥미롭게도 이 두 신의 특징은 바벨론의 창조 신화인 ‘에누마 엘리쉬’(Enuma Elish)에서 창조의 신으로 묘사되는 마르둑(Marduk)의 왕권에 흡수된다(제4토판 1-30행): ANET, 66.

3-2. 조철수 143: 수메르 신관의 핵심은 일곱의 큰 신들에 의해 세상의 운명이 결정되므로 도시 국가 전체가 그들을 잘 예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일곱은 순서대로 아누(속성: 하늘/ 영역: 하늘/ 도시: 하늘/ 방향: 上), 엔릴(바람, 하늘과 땅 사이, 니푸르, 中), 엔키(악카드어로는 에아/ 지혜, 지하수와 연못, 에리두, 下), 닌후르삭(어머니, 산, 키쉬, 北), 난나(악카드어로는 신/ 달, 달, 우르, 南), 우투(악카드어로는 샤마쉬/ 태양, 태양, Sippar, 東), 이난나(사랑, 금성, Uruk, 西) 등이다. 아누의 경우 처음에는 우룩이 그의 도시였으나 이난나가 우룩의 수호신이 되면서 아누는 하늘로 올라갔다(조철수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