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그럴 바에야 아예 믿지를 말지!

강성열 2003-04-16 (수) 00:00 추천:478 조회:7109 211.xxx.125

1. 신장개업(新裝開業)이라는 말이 있다. 가게나 식당을 새로 차리거나 이미 있던 것을 인수하여 새롭게 시작할 경우 쓰는 말이다. 이처럼 새롭게 무엇인가를 시작할 때 사람들은 자기 집에 찾아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많은 애를 쓴다. 그래서 신장개업하는 집을 가보면 다른 때보다도 수지맞는 거래를 할 수 있다. 적어도 그때만큼은 그렇다. 손해 보는 법이 없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손님을 왕으로 모시려는 주인의 정성과 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장개업하던 때의 이처럼 순수하고 맑은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시들어간다. 처음 때의 열심을 가지고 계속 가게를 이끌어가는 것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인가. 그렇게 하려면 당분간은 손해 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하고, 손님들을 섬기는 일에 정신 못 차릴 지경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진짜로 어려운 일인 것이다.

사실 신장개업하던 때의 열심과 순수함으로 가게를 운영하면 그렇지 못할 때보다 훨씬 많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적어도 먼 앞날을 내다볼 때에는 그렇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기를 꺼린다. 그것은 순간적인 만족에 너무도 쉽게 빠져들기 때문이요, 손님을 속이고서라도 많은 이득을 얻어야겠다는 못된 욕심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손님은 더 이상 왕 노릇을 하지 못한다. 왕이 아니라 탐욕스런 돈벌이의 대상으로 바뀌고 만다. 이렇게 푸대접을 받을진대 누가 그 가게를 즐겨 찾겠는가! 이럴 경우 그 가게의 앞길이 어떨 것인지는 불을 보듯이 환하다(明若觀火).

2. 하나님은 그의 자녀인 우리가 늘 새로운 마음으로 그를 섬기며 그의 말씀을 따르기를 원하신다. 하나님 앞에서 늘 새롭게 가게를 차리듯이 말이다. 우리의 이상적인 신앙 생활은 바로 이런 것이다. 그것은 마치 하나님을 고객으로 모시고 사업을 시작하는 것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대하는 태도는 항상 깨끗해야 하고 순수해야 하고 정성스러워야 하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참으로 우리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거룩한 산 제사(a holy living sacrifice)로 드리기를 원하시는 분이다(롬 12:1-2).

그런데도 사람들은 신앙 생활의 이런 기본 원칙을 잘 지키지 못한다. 하나님을 처음 믿었을 때에는 누구나 다 잘할는지 모른다. 또 잘하려고 많이 애쓸 것이다. 우리는 이것을 일컬어 하나님을 향한 ‘처음 사랑’이라고도 부를 수 있다(계 2:4). 그러나 이것만 가지고서는 안 된다. 이러한 처음 사랑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가 중요한 까닭이다.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간이 가면서 점점 하나님을 성실하게 믿는 것에 싫증을 느낀다. 솔직하게 말해서 하나님을 열심히 믿기가 귀찮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린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왜 교회에 잘 나오지 않느냐고 물으면, ‘재미가 없어서요’라고 너무도 당연하게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처럼 하나님을 섭섭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이런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이미 하나님이 중심에 앉아 계시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서 하나님은 단지 자신의 삶을 즐겁게 해주어야 할 어릿광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하나님을 자기 삶의 최대 고객으로 모시지 못한 것만 해도 지나친 것인데, 하나님을 어릿광대로 만드는 것은 얼마나 너무한 것인가! 그건 진짜 해도 너무한 것이다. 암, 해도 너무한 것이고 말고!

하나님은 이런 사람들을 볼 때 가장 피곤해 하신다. ‘그럴 바에야 아예 믿지를 말지’ - 이게 바로 하나님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바울 사도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다시금 들려져야 한다: “형제들아, 내가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서 가진 바 너희에게 대한 나의 자랑을 두고 단언하노니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날마다 죽는 신앙-이것이야말로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는 신앙이요, 날마다 새로워지는 신앙인 것이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고후 5:17).

강성열 2011-08-27 20:23	2011-5-14 방림교회 목회자 글방에도 올렸습니다~

강성열 2023-09-20 00:19	23-9-20 naver blog(1번만)

강성열 2023-10-08 19:22	23-4-6 우리뉴스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