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소록도 봉사 수련회를 다녀와서

강성열 2003-02-22 (토) 00:00 추천:923 조회:8461 211.xxx.125

<무더위, 모기, 그리고 땀>

우리가 수련회를 떠나던 날, 하늘에는 약간의 구름이 끼어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빗방울이 한둘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조금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한 때에는 하늘에 구름 한 점 없었습니다. 날씨가 너무 좋았습니다. 좋다 못해 너무 무더웠다고 해야 옳을 것입니다.

3박 4일 동안 우리가 있던 곳의 날씨는 내내 그러했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의 연속이었으니까 말입니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를 힘들게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더위에서 흘리는 땀의 무게야말로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으니까요. 아마도 그것은 무더위의 상승 효과를 일으켜 체감 온도를 더욱 올라가게 했을 것입니다.

우리를 힘들게 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기였습니다. 조금만 몸의 움직임이 정지될라치면 슬그머니 주사바늘 같은 주둥이를 찔러 대는 못된 모기들 때문에 정말 힘들었습니다. 낮에는 그럭저럭 견딜만 했지만 밤에 잠을 잘 때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모기 때문에 하루도 편한 잠을 잘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좀처럼 모기를 만나기 어려운 광주의 집이 정말 얼마나 그리웠는지....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나중에 집에 와서 살펴보니 온 몸이 마치 피부병 환자 같더군요.)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우리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우리가 소록도의 중앙리 마을에서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첫날에는 방 청소, 방충망 수리, 빈터의 잡초 제거 등을 하였고 둘째 날에는 연탄 나르기, 목욕 시켜 드리기, 방 청소, 유리창 청소, 복도 청소 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셋째 날에는 시멘트 공사, 방 청소, 모래 나르기 등을 하였습니다.

이 일들은 한결같이 우리가 평소에 하지 않던 일들이어서 형제, 자매들 모두에게 무척 힘이 들었을 것입니다. 오죽 했으면 ‘어휴, 힘들어! 다시는 자원 봉사를 가지 않을거야!’는 말이 나왔겠습니까? 저는 처음 그 말을 전해 들었을 때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 옴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그 말에서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왜냐구요? 그 이유는 너무도 간단합니다. ‘어휴, 힘들어!.....’라는 말은 한 사람도 적당하게 놀려고 하지 않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섬김의 땀을 흘렸다는 것을 반증(反證)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아마도 그 말은 아이 낳는 일이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 다시 기쁜 마음으로 아이를 낳는 어머니의 마음이려니 하고 말입니다.

이처럼 힘들고 어려운 수련회였지만, 우리는 이번 자원 봉사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우리가 우리 삶의 지평을 넓히고 경험의 폭을 넓혔다는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우리가 소중하게 배운 것은 그리스도인의 존재 이유(Being for Others)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번 수련회는 ‘타인을 위한 삶’의 실제적인 훈련이었다고 보아야 옳을 것입니다. 부족하나마 우리는 소록도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선한 사마리아인들이 되고자 한 것입니다. 물론 당연히 우리의 이웃은 질병으로 인하여 격리된 채로 살아가는 많은 나환자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한센씨병으로 인하여 신체의 중요한 부분들을 잃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신체의 정상적인 기능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자기 손으로 가벼운 청소마저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가련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들의 손과 발이 되어 준다는 것처럼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처럼 중요한 일에 비한다면 우리가 봉사 과정에서 느꼈을 여러 가지 불편함과 불만족스러움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틀림없이 우리 주님께서는 강도 만난 자와도 같은 나환자들을 위해 값지고 소중한 땀을 흘린 여러분 모두에게 큰 은혜와 복을 주실 것입니다. 특히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봉사에 힘을 쓴 김세희 회장을 비롯하여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여준 5년차 선배들을 주님께서는 크게 기뻐하실 것입니다.

아울러 수련회에는 참여하지 못했지만 수련회 참여자들로 하여금 건강 중에 봉사를 마칠 수 있도록 뒷전에서 기도로 뒷받침해준 여러 형제, 자매들에게도 주님께서는 같은 은혜를 주실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늘 승리를 주시며 모든 일들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하시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게 하시는 성령의 역사가 우리 제2청년회 안에 늘 함께 하시기를 간구합니다. 아멘

* 1996년 7월 29일부터 8월 1일까지의 광주 방림교회 소록도 여름 봉사수련회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