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미치면 미친다?

강성열 2003-02-22 (토) 00:00 추천:761 조회:6704 211.xxx.125

백과사전을 보면 전 세계에는 8,600여 종의 새가 있다고 한다. 가장 큰 것은 북아프리카산 타조로서j, 키가 2.74m이고 체중은 150kg이 넘으며, 가장 작은 새는 콩벌새로서, 평균 몸길이가 5.7cm이고 몸무게는 1.6g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노래하는 새들의 몸집이 대체적으로 작다는 점이다. 독수리, 타조, 칠면조, 학 등이 노래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오히려 카나리아, 참새, 종달새, 뻐꾸기 등의 덩치 작은 새들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다. 아름답고 달콤한 노래는 한결같이 몸집이 작은 새들에게서 비롯된다는 얘기다.

요즘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보면 사람들이 온통 크게 되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러를 정도로 크게 되어 큰 소리 치고 살려는 욕심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 사회에서 크게 되어 큰 소리 치고 사는 사람들 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 도덕적으로 문제 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나라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나 사업을 크게 하는 사람들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다들 자기 잇속 챙기는 데에는 악착같이 달라 들면서도 정작 다수의 유익을 위한 선한 일에는 별반 관심이 없다.

이런 판국에 ‘너도 크게 되어 성공해라! 그리고 큰 소리 떵떵 치면서 살아라!’라고 말할 자신이 우리에게는 없다.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꼭 그렇게 하는 것이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늘 자리잡고 있다. 다시 처음 얘기로 돌아가 보자.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아름다운 노래는 몸집이 작은 새들에게서 비롯된다는 얘기 말이다. 물론 몸집이 큰 새들도 그들 나름대로 자연계의 정해진 질서를 따라서 아름답게 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몸집이 큰 새나 작은 새나 그 삶의 방식에 있어서는 차이가 없는 것이다. 모두가 소중한 창조 질서의 한 부분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얘기를 소재로 삼은 것은, 사람 사는 세상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것이 우리에게 잘 가르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세상을 사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자기 몸집을 크게 만드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되건 작게 되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데 있다는 평범한 교훈 말이다. 사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오늘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크게 성공하여 자신의 성공에 도취된 채로 살아가는 데 있지 않다. 작게 되더라도 사람으로서의 기본 덕목을 갖춘 착하고 성실한 인간이 되는 것이 오늘의 우리에게 정말 필요하다.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다른 사람에게 유익을 주는 향내나는 삶을 사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오늘의 우리는 자신이 어떠한 환경에 있건 간에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공부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열심히 성실하게 하려고 애써야 한다. 그러다 보면 그에 상응하는 열매를 맺게 마련이다. 꼭 1등을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하면 피곤해질 뿐이다. 단지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된다. ‘정신을 집중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 가르침은 공부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열심히 노력하면 반드시 그에 걸맞는 결과를 얻게 마련이다.

아울러 우리는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No pain, no gain)는 영어 속담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열심히 노력하는 삶에는 고통이 따른다. 최선을 다하는 삶은 결코 편하고 즐거운 것이 아니다. 그러나 부지런히 애쓰다 보면 반드시 얻는 것이 생긴다. 공부가 싫은가? 그렇다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것을 찾아 개발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처럼 불행한 사람도 없다.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들 수 있는 삶의 목표가 분명히 있어야 하고, 일단 그 목표가 정해지면, 악착같이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 한다. 어떤 일이든 미칠 듯이 달려들면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미치면(狂) 미치는(及)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목표-그것이 공부이건 다른 것이건 간에-를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가는 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다. 이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일이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선해야 한다. 남을 생각할 줄 알아야 하고 때로는 남을 위해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한다. 기회가 있는 대로 힘들고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우리가 사는 모든 곳에서 함께 사는 세상, 더불어 사는 세상,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가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다시 말하건대 남을 위할 줄 모르는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성공하여 크게 되어도 소용이 없다. 남을 위해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줄도 모르는 사람은 향내나는 삶을 살지 못하고 도리어 사람들에게 악취 풍기는 어리석은 삶을 살게 마련이다. 남을 괴롭히고 남에게 고통을 주는 삶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정말 해로운 것이다. 그러한 삶을 사는 사람은 속히 자신의 삶을 고쳐야 한다. 남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괴롭힌다는 것은 정말 나쁜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할 일이 아니다.

무릇 사람 사는 세상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사랑과 정이 넘치는 공동체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되, 할 수만 있으면 남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삶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삶의 자세를 버려야 하며, 자신에게는 엄격하되 남에게는 관대하고 너그러울 줄 알아야 한다. 아울러 무슨 일이든 정직하고 바르고 의롭게 살고자 애써야 한다. 날마다 자신의 삶을 반성하면서 말이다. 비록 그것이 손해보는 일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럴 경우에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2000년도 광주 기계공고 교지에 실은 적이 있습니다. 아울러 약간 손질한 채로 월간 <숲과 나무> 제41호(한시미션 발간, 2003년 7월호)에 실었던 글이기도 합니다.

강성열 2011-07-08 07:57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2011-6).

강성열 2011-08-27 20:18	2011-1-23 방림교회 목회자 글방에도 올렸습니다~

강성열 2023-07-29 21:08	23-7-18 naver blog

강성열 2023-09-07 06:30	22-11-15 우리뉴스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