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도로 옆 느린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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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3-09-17 (일) 21:48 추천:0 조회:211 211.xxx.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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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마루에 걸린 해가 잠시 머뭇거린다. 대지에 주홍 미련을 흩뿌린다. 황혼의 들녘은 달이 근지점까지 차오르기까지 스스로 속도의 균형을 맞춘다. 잠시 머뭇대던 해가 서산을 넘자 뒤이어 달이 서산을 치받는다. 속도를 경주하는 고속도로 옆에는 느린 마을이 있다. 느린 마을에서 느린 황소가 헤설프게 하품을 하고 그보다 조금 빠른 염소는 스타카토로 울어댄다. 연일 도로를 질주하지만, 실은 모두 느린 마을에서 태어났을 것이다. 거기서 배운 것이다. 빠르기만 하면 안 되는 일이 없을 것 같아도 삶의 진득함은 되레 느림에 있다는 것을. 제 무게를 못 이겨 기어이 떨어지는 해가 뿜어낸 주홍의 장관 앞에서, 새삼 느림의 의미를 곱씹는다. 느린 건 결코 느린 것이 아니다. 삶이란 본디 느림에서 왔고 느리게 진행된다는 걸, 느린 마을의 누런 소와 시꺼먼 염소가 알려준다. 속도를 달리는 고속도로 옆에는 언제나 느린 마을이 누워 있다. 서산을 넘다 잠시 쉬어가는 해는 그걸 알고서 불콰한 웃음으로 시간의 본질을 일깨운다. 시간은 본디 더딘 것, 우리 마음이 부질없이 분주할 뿐. 느린 마을에서 태어난 우리는 고향을 등진 채 어디론가 빠르게 내달리기만 한다. - 최준영(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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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23-10-08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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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23-10-11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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