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것이 끝나는 순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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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3-10-28 (토) 23:16 추천:0 조회:212 121.xxx.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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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나니는 춤을 춘다. 칼춤이다. 막걸리를 거푸 들이부으며 정신없이 칼춤을 춘다. 춤을 추다 불현듯 칼을 내리친다. 망나니의 칼춤은 의식이다. 자신과 목 내놓은 사람의 두려움과 공포를 내려놓게 해주는 숭고한 의식이다.거꾸로 목을 내어놓은 사람이 춤을 추면 어찌 될까. 망나니는 과연 춤추는 그에게 칼을 내리칠 수 있을까. 못할 것이다. 절망의 순간에 추는 춤은 인간의 춤이 아니다. 강박의 굴레를 벗은 자유로운 영혼의 유영이다. 세상의 어떤 노여움도 분노도, 미움과 증오로도 칼을 내려치지 못할 위엄이다. 절망의 끝에서, 사람들은 춤을 춘다. 그 절망이 크면 클수록, 견디기 힘든 공포감이 밀려올 때도 가뭇없이 춤을 춘다. 젊은 시절, 우리는 전경의 군홧발과 페퍼포그의 위용 앞에서 해방춤을 추곤 했다. 희망버스로 내달린 한진중공업 경찰이 쳐놓은 차벽 앞에서 물대포와 최루액을 맞으며 우리는 밤을 새워 춤을 추었다. 영화 '마더'의 김혜자는 아들의 살인과 자신의 살인에 환각과 환영을 덧칠하기 위해 춤을 추고, 자유인 조르바와 두목은 크레타 섬의 광산 개발 사업으로 전 재산을 날렸을 때, 그때 비로소 필연의 미궁에서 벗어난 해방감으로 덩실덩실 춤을 춘다. 세기의 춤꾼, 이사도라 던컨이 춤에 빠져들게 된 것은 아버지 은행의 파산과 부모의 이혼 직후였다고 한다. 애초 발레를 배웠던 그녀는 정형화된 발레의 동작을 버리는 대신 무형식의 몸짓을 통해 자유와 안식을 얻었다. 현대무용의 시발점이었다. "그렇다. 내가 뜻밖의 해방감을 맛본 것은 정확하게 모든 것이 끝난 순간이었다. 엄청나게 복잡한 필연의 미궁에 들어 있다가 자유가 구석에서 놀고 있는 걸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자유의 여신과 함께 놀았다." - '그리스인 조르바' 중에서. 삶이란 때로 감당키 힘든 좌절과 배신을 겪게 하지만 어이없게도 신은 그 순간을 위해 인간에게 춤을 선물했다. 너무나도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간절히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고 방황할 때, 그제서야 비로소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우리네 영혼은 그래서 언제나 야누스적이다. - 최준영(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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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열
2023-10-28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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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3 블로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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