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스룹바벨과 세스바살

강성열

2011-12-23 (금) 17:19 추천:499 조회:10767 210.xxx.154

아무래도 전공이 구약학이어서 구약성경과 관련된 각종 글들을 쓰고 또 신학교에서 구약성경을 강의하다 보니, 수업 시간과는 별도로 전자 메일이나 홈페이지를 통하여 답을 바라는 질문을 상세하게 적어서 보내는 제자들이 있다. 그 질문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자기 자신이 성경 공부를 하거나 설교를 준비하다가 막히는 경우에 하는 질문이 그 첫 번째이고, 교회에서 성경을 가르치다가 잘 이해되지 않는 본문을 만났을 때, 또는 성도들이나 청년들로부터 성경 본문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으나 만족스러운 답을 주지 못했을 때 궁금증을 견디지 못한 채로 던지는 질문이 그 두 번째이다.

다음에 소개할 질문은 그 첫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성경을 읽다가 단순한 질문이 있어서 문의 드립니다. 에스라 2장을 보면, 바벨론 1차 귀환에서 지도자 스룹바벨이 언급되는데, 그 전에 1장에서는 세스바살이 나오더군요. 사람들은 이 두 사람을 보통은 동일 인물로 간주하지만, 어떤 책에서는 다른 사람으로 보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동일한 인물은 아닌 것 같아서요. 스룹바벨과 세스바살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너무도 궁금해서 질문 드리니 꼭 답을 주셨으면 합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 전자 메일로 전달한 답변은 다음과 같다. “참으로 골치 아픈 질문이군요. 그러나 깊이 살펴보면 금방 이해가 될 것입니다. 에스라 1장에 나오는 대로, 세스바살은 제1차 귀향민의 지도자였습니다(주전 538년). 그는 고레스 칙령에 힘입어 성전 기물들을 가지고서 돌아와 성전의 기초석을 놓았습니다. 그러나 방해 세력의 책동을 비롯한 여러 이유들로 하여 성전 재건이 중단되었습니다(스 5:13-16).

그러다가 스룹바벨과 여호수아의 인도 하에 제2차 귀향이 이루어졌고(에스라 2장=느헤미야 7장), 이들은 학개와 스가랴의 독려에 힘입어 성전 재건을 다시 시작하였습니다(주전 520년). 그 과정에서 강 서편 총독 닷드내와 스달보스내 무리의 방해에 직면하였지만, 고레스 칙령의 확인으로 인하여 다리오 왕의 허가를 받아 성전 재건을 순조롭게 마무리하였습니다(주전 515년).

이상의 과정을 주목한다면, 스룹바벨과 여호수아의 무리는 성전 재건이 다시 시작된 주전 520년 직전(아마도 주전 525년경?)에 귀향했다고 보아야 옳을 것입니다. 참고로 스룹바벨은 세스바살의 조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구요? 에스라 3:2; 5:2에 의하면, 스룹바벨은 스알디엘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역대상 3:17-19(=마태 1:12)에 의하면, 여호야긴의 아들들은 스알디엘과 말기람과 브다야와 세낫살(=세스바살) 등이고, 스룹바벨은 브다야의 아들로 소개됩니다.

남왕국의 여호야긴 왕과 스알디엘, 브다야, 세스바살, 스룹바벨 등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는 이 족보는 스룹바벨의 아버지 스알디엘이 여호야긴 왕의 아들임을 보여 줍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역대상 3:19는 스룹바벨을 스알디엘의 동생인 브다야의 아들로 봅니다. 이는 아마도 스알디엘의 미망인이 형사취수(兄死娶嫂) 제도(Levirate marriage)에 의해 남편의 동생인 브다야와 결혼하여 스룹바벨을 낳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형사취수 제도는 수혼(嫂婚) 제도라고도 하는 것으로, 형이 상속자 없이 죽으면 동생이 형수와 동침하여 형의 이름을 대신할 아들을 낳아주어야만 하는 제도를 가리킵니다. 예로써 창세기 38장에 의하면, 유다는 엘과 오난과 셀라 등의 세 아들을 두었는데, 큰 아들 엘이 다말과 결혼하기는 했으나 하나님 앞에서 악(惡)을 행한 까닭에,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자녀를 얻지 못한 채로 죽고 말았습니다. 이에 유다는 둘째 아들 오난으로 하여금 형수인 다말과 동침하여 시동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게 했지요.  

신명기 25:5-10은 이 제도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는 바, 룻기에서 이방 여인 룻이 보아스와 결혼하게 되는 것도 이와 동일한 제도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수혼 풍습은 신약 시대에도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부활을 믿지 않는 사두개인들이 예수께 나아와 일곱 형제에 관해 질문한 것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 질문에서 수혼 풍습에 의해 형수와 동침했다가 상속자 없이 죽은 형제들 중에서 과연 누가 부활 때에 형수를 아내로 맞이하게 되는지를 물었었지요(마 22:23-30; 막 12:18-25; 눅 20:27-36).

이상의 설명을 종합해 보면, 에스라 3:2에서 스룹바벨의 아버지로 소개되는 스알디엘이 상속자 없이 죽자, 그의 아내는 형사취수 제도에 따라 시동생인 브다야와 결혼하여 스룹바벨을 낳았고, 이에 기초하여 역대상 3:19는 스룹바벨을 브다야의 아들로 본 것이겠지요. 그러나 수혼 제도의 본래적인 취지에 따르면, 스룹바벨은 에스라 3:2의 언급에서 보듯이 스알디엘의 아들이나 다름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스룹바벨이 세스바살의 조카일 것이라는 추론을 뒷받침해주는 유력한 증거 자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는 세스바살이 늙어 죽자 그의 뒤를 뒤어 총독이 되었을 것입니다. 더 상세한 설명을 위해서는 존 브라이트(J. Bright)의 <이스라엘 역사>(박문재 옮김, 크리스챤 다이제스트), 497-503쪽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강성열 2011-12-23 17:21	이 글은 본래 <큐티 성경통독>의 2012년 1월호에 실릴 바이블 칼럼 원고로 쓴 것이었으나 일반 독자가 보기에는 너무 전문적이고 딱딱하다는 편집팀의 의견을 받아들여 급하게 다른 원고를 써서 편집팀에 넘겼습니다...ㅎㅎ 그 원고는 다음 번에 올리도록 하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