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얼 데이 |
 
|
 강성열  2024-01-06 (토) 22:08 추천:0 조회:107 121.xxx.26 |
|
|
|
|
# 한 노숙인이 수퍼마켓 앞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수퍼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몸에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병원호송을 지연시켰다. 결국 과다출혈로 숨을 거두었다. # 송파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연속으로 네 대의 차량에 치여 숨진 사람이 발견됐다. 아파트 CCTV로 확인한 바 한 사내가 주차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고, 노숙인인 그는 갑자기 찾아온 추위를 피해 주차장에 들어갔던 것으로 추측되었다. # 충주의 한 병원 벤치에서 잠들었던 노숙인이 동사했다. 병원 응급실이 지척이었지만 아무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고,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 평소 간질환을 앓고 있던 30대 노숙인이 강변에서 잠을 자다 숨진 채 발견됐다. 부산 구포역 뒤 낙동강 변에서 노숙하던 고 모씨는 발견 당시 이불을 덮은 채였다. 황달증세로 볼 때 간질환을 앓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얼어 죽는 사람이 있어요?” 노숙인 인문학을 한다니까, 지인이 내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어이없는 건, 그가 정말로 거리에서 죽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무리도 아니다. 거리 노숙인의 죽음은 더러는 뉴스로 다뤄지지도 않는다. 해마다 동짓날이면 서울역 광장에서 ‘메모리얼 데이' 행사가 열린다. 일 년 동안 거리에서, 쪽방에서, 혹은 그 어딘가에서 쓸쓸하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한 행사다.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다. 거리 사망자 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5명에 불과했던 노숙인 사망자 수가 1999년 95명, 2000년 142명, 2001년 194명, 2002년 273명, 2003년 304명으로 꾸준히 늘었고, 이후 매년 300명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 땅에서 해마다 300명 이상의 노숙인이 거리에서 죽음을 맞고 있다는 사실은 참담함과 동시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한다. 참담함을 덜기 위해, 또한 부끄러움을 덜기 위해 혹여 서울역 광장을 지나갈 일이 있거든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할 일이다. - 최준영(책고집 대표) |
| 
|
|
강성열
2024-01-06 22:08
|
23-12-23 블로그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