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여기가 어디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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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성열  2022-08-17 (수) 09:07 추천:0 조회:276 121.xxx.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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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여기가 어디야?- 응, 수덕사. - 그래? 그럼 노래 한 번 불러 봐. - 알겠어. 1절. 인적없는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흐느끼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두고 온 님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 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요양원에 계신 어머니께 여기가 어디냐고 여쭈면 어김없이 수덕사라는 대답이 나왔다. 진작 알았으면 얼마나 좋을까만 요양원에 모신 뒤에야 어머니의 애창곡을 알게 되었다. 보통 '수덕사의 밤' 혹은 '수덕사의 여승' 등으로 불리지만 원래 제목은 <수덕사의 여름>이다. 치매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다정이와 다애를 헷갈려 하시고, 가끔은 며느리도 못 알아보시는 어머니가 웬만한 유행가 가사를 줄줄 외우는 건 아이러니해 보인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어째서 어머니가 노래가사를 모조리 암송하시는지를. 32년생이신 어머니는 무학이셨다. 환갑이 되셨을 때까지만 해도 까막눈이셨다. 그 60년 한을 환갑 넘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어머니 한글학교에서 푸셨다. 그렇게 열심히 다니실 수가 없었다. 그리고 불과 몇 개월만에 글을 깨치셨다. 읽고쓰기가 가능해진 뒤 어머니는 몰라보게 달라지셨다. 생전 외면하던 TV뉴스를 보기 시작하셨고, 이따금 뉴스에 대해 반응하시기도 했다. - 야야, 전두환인가 머시긴가가 마이 해쳐먹기는 했는갑다. 대통령까지 한 작자가 뭐가 아수워서 저딴 도둑질을 했다냐. 맻년 전엔가 동사무소서 대통령 하사품이라고 동네에 밀가루 한 푸대씩 주더니만 고것이 죄다 나랏돈 도둑질한 거였다냐 뭐라냐. 허이구, 당최 냄사시럽다야. 어머니 한글학교의 수업방식은 독특했다. 공부랄 것도 없이 수업시간 내내 노래를 불렀고, 그날 부른 노래는 집에 가서 가사를 10번씩 써오는 숙제를 내주는 식이었다. 난데없이 소형 카세트를 장만하신 어머니는 집에서 노상 노래를 들으셨고, 그걸 또 노트에 열심히 적으셨다. 그렇게 익힌 가사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써보는 한글이었고, 거의 반년간 쓰고 부르고 쓰고 부르고를 반복하고 또 반복하셨다. 휠체어에 앉으신 어머니를 모시고 요양원 앞길로 산책을 나갔을 때, 다정이가 같은 질문을 드렸을 때다. - 할머니 여기가 어디예요? - 응, 수덕사. - 할머니 그럼 노래해봐요. - 응. 알았어. 2절. 산길 백리 수덕사에 밤은 깊은데 염불하는 여승의 외로운 그림자 속세에 맺은 사랑 잊을 길 없어 법당에 촛불켜고 홀로 울 적에 아~~ 수덕사의 쇠북이 운다. - 최준영(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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