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 없는 예배당을 보면서

예배 없는 예배당을 보면서

[ 특별기고 ]

정장복 명예총장
2020년 03월 02일(월) 10:59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을 정도로 우리는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데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그런데 안도의 숨을 쉬려는 찰나에 교회의 탈을 쓴 사이비 집단이 무모한 교세 확장과 맹종의 강요로 코로나 폭탄을 안고 있다가 대구 시민들뿐만 아니라 온 나라에 먹구름을 터뜨렸다. 이 무모한 행위는 우리의 경제, 사회, 정치, 산업 모든 분야에 공포와 아픔을 안겨주어 시달리게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집단을 이루어 예배를 드려야 하는 종교인들, 특히 성찬성례전이 예배의 축인 천주교회를 비롯하여 전통적인 교회가 감수해야 하는 아픔은 실로 막심하다.

지금 전국의 모든 교회가 예배당에 모여 드리는 예배를 고집할 것인가? 아니면 장소와 방법을 달리한 피난 형태의 예배를 드릴 것인가? 이 질문들을 안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여기에 예배학적인 측면에서 조심스러운 분석과 제안을 해본다. 이 제안이 아무리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예배제일주의를 부르짖고 살아온 신실한 그리스도인들의 가슴에 파고드는 아픔은 실로 크고 두렵다. 그 이유를 굳이 나열한다면 다음과 같다.

먼저는, 하나님께 예배하는 것을 단절시키려고 기를 쓴 무리가 기회를 만난 듯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인다. 여기서 사탄의 제일 된 목적은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을 예배하는 행위를 차단하는 것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교회의 본래 사명과 정체성에 있어 거대한 손실을 보게 된다는 사실이다. 교회란 예배하는 공동체(Worshiping Community)임을 전 세계 교회가 하나같이 고백하고 있다. 함께 모여 예배하는 복수의 개념이 생동하지 못하고 흩어져, 예배가 단수의 개념으로 변질할 우려가 있다. 셋째는, 인간의 육적인 속성은 예배 결석에 유혹을 느끼기 마련이다. 이것이 상습화된다면 예배를 생명으로 알고 살아온 영적인 속성이 피폐해질 우려가 짙다. 넷째는, 한국교회를 분석한 외국의 신학자들은 한국교회의 특성을 (1)예배를 위해 모이기에 힘쓰는 교회 (2)성경공부 열심 (3)전도 열정 (4)지속적인 기도생활 (5)십일조를 준수하는 생활 등을 말하고 있다. 여기에 작금의 사태는 첫째 항목의 실종과 기타 항목 모두에 극심한 손상을 안겨준다. 다섯째로, IT 기기를 사용하여 언제 어디서나 시공간을 초월하여 자유롭게 예배를 대체할 수 있다는 신무교회주의가 둥지를 트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상과 같은 무서운 함정들을 보면서 한편에서는 "예배를 드리다가 '코로나19'에 걸려 죽으면 그것은 곧 순교이다"라는 주장을 펴면서 예배당에서 예배와 각종 모임의 고수를 외치기도 한다. 생각하면 '예배 잠정 중단'이라는 팻말은 잔인한 일제의 핍박이나 어떤 사건에서도 찾아 볼 수 없던 일이다. 진정 예배를 잠정 중단하게 된 이유가 예배자들의 신학사상이나 명예나 권세 등 육적인 이익을 쟁취하려는 방편이라면 순교를 각오하고 막아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현상은 전쟁터에서 날아온 총탄을 피해야 하는 절박한 환경이다. 이 때를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하다가 제2의 신천지 모양이 된다면 우리 교회는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크게 잃게 되며, 온전한 예배의 회복에 극심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피난길의 예배를 상기하면서 예배신학자로서 조심스러운 제안을 해 본다. (1)무엇보다도 우리는 찬반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역과 환경에 따라 개교회가 적절한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 (2)각 가정에서 예배를 드림이 교회의 예배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소의 일시적 변경임에 초점을 두도록 한다. (3)환자라든지 불가피한 성도들을 위해서 인터넷 실시간 예배를 드리도록 하는 범주 안에서 한, 두 주일 함께 한다는 개념을 세운다. (4)각 가정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순서로 예배하면서 동일한 메시지를 경청하는 예배형태를 응급조치로 여기도록 한다. (5)목회자는 평소보다 더 진지한 예배와 설교준비를 하여 방영한다. (6)목회자는 이 폭풍이 지날 때까지 교회를 떠나지 않고 텅 비어있는 예배당에 엎드려 다음의 말씀 앞에 통회의 눈물을 흘린다. "혹 전염병이 내 백성 가운데에 유행하게 할 때에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대하 7:14) 신앙의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지금의 이 질병의 확산과 고통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분명히 하나님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단순한 회개의 차원을 넘어 우리가 예배당에서 지금껏 들여온 예배의 탈선과 의미상실이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될 소지가 많다. 피난길에서 돌아와 드리는 예배부터는 환골탈태하여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예배가 되는 기적이 발생해야 할 것이다.

정장복 명예총장(한일장신대, 장신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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