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로그인 회원등록 비번분실
 board02
신앙글방
후박한 마음으로 살라      
강성열     2019-04-12 (금) 12:19    추천:0     조회:141     211.xxx.218
산 속 깊은 곳에 토굴을 짓고 혼자 수행 전진해 온 노 스님이 먼 마을로 겨울양식을 구하러 탁발을 나섰다. 날이 저물어 무명 촌로의 집에 하룻밤을 묵게 되었는데, 노승은 주인 부자지간의 대화하는 소리를 듣게 된다.

아버지가 자식에게 이른다: "윗마을에 사는 박 첨지가 어젯밤에 죽었다는데 지옥에 갔는지 천당으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예" 노 스님은 참으로 알 수 없었다. 자기는 일생을 참선 수행을 하며 살아왔지만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으로 가는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인데 한 촌부가 어떻게 저런 거침없는 말을 하는지 놀랍기만 했다.

그러한데 얼마 후, 그 아들이 돌아와 자기 아버지께 "천당으로 갔습니다" 하고 아뢰니 "그랬을 거야" 하는 것이다. 노 스님은 더욱 기가 막혔다. 이 노인과 저 젊은이가 죽은 자가 극락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는 신통력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궁금증 속에 날이 밝았다. 이번에는 주인 노인이 또 아들을 볼러 "이웃마을 김진사도 죽었다는데 어디로 갔는지 알아보고 오너라" 잠시 후, 이웃마을을 다녀온 아들이 아버지께 "김진사는 지옥으로 갔습니다" 아뢰었고 "그럼 그렇지" 하는 것이었다.  

더 이상 긍금증을 참지 못한 노 스님은 주인을 찾아가 물어보게 된다: "노 처사님..!  죽은 사람이 지옥을 가는지 극락을 가는지 어떻게 알 수가 있으시오?" 주인은 미소 지으며" 죽은 사람 마을에 가면 금방 알 수가 있지요"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윗마을 박 첨지는 살아 생전에 심성이 후덕하고 양심이 고우며 동리의 궂은 일은 도맡아 했으니, 온 동리 사람들이 모여 그의 죽음을 애통해하며 극락왕생을 빌고 또 빌었으니 필경, 극락에 갔을 것이며... 이웃마을 김 진사는 평소 얼마나 인정머리 없이 모질고 독하였던지 김 진사가 죽자 동리사람들이 모여 수군대기를 '그 많은 재산 두고 아까워 어찌 죽었을고, 귀신은 지금까지 뭘 먹고 살았노, 저승사자 어긋 만나 오래도 살았지' 이렇게 악담을 퍼부으니 지옥밖에 더 갈 데가 어디 있겠소"

결코 웃고 넘길 이야기는 아니다. 옛 선인들은 "이름 석자를 남기고자 딱딱한 돌을 파지 마라, 오가는 길손들의 입이 곧, 비문이니라" 한 것도 같은 뜻이다. 복을 받기 위해 기도하거나 절을 하기 전에 내 마음부터 찬찬히 들어다 보는 게 먼저다.

마음 거울에 먼지가 끼었으면 맑게 닦아내는 게 사람의 도리가 아닌가. 복은 달라고 해서 주는 게 아니다. 각자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마음 그릇의 크기에 따라 받게 된다. 그릇이 크면 많이 담겨지고 작으면 적게 담겨진다. 너무 많다고 적게 달라느니, 적다고 많이 달라고 해도 하늘의 법도는 변함이 없는 그대로다.  

복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은 말고 남에게 베푸는 후박(厚朴)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 복은 받는 게 아니고 서로에게 나누는 것이기 때문이다. 후박(厚朴)한 향기는 천리를 넘어 만리를 간다고 한다.
이름아이콘 초록
2019-04-12 20:36
`강성열` 님이 선택한 글 입니다.
이 세상에 왔다 갔다는 이름은 남기고 가야 하는데,
주먹을 쥐기는 쉬운데, 주먹을 펴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름아이콘 강성열
2019-04-14 21:01
회원사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가 바람직한 현상이올시다~^^
   
 
  0
3500
    N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613 내 마음속의 사랑/ 이해인 강성열 2020-02-12 20
612 훌륭한 선생님과 제자 강성열 2020-02-12 22
611 오직 빛과 사랑으로만 강성열 2020-02-12 21
610 주는 자가 받는 자보다 복이 있다 강성열 2020-01-23 55
609 뒷모습/ 나태주 강성열 2020-01-23 50
608 아름다운 인생의 마지막 강성열 2020-01-23 43
607 [가스펠 투데이 칼럼] 생명 없는 삶을 버리라 강성열 2020-01-10 66
606 칭찬이라는 보약 강성열 2019-12-30 84
605 박성철, "희망 반창고" 강성열 2019-12-30 80
604 태풍을 이겨 낸 나무의 비밀 강성열 2019-12-30 81
603 신영복, '나무야 나무야' 강성열 2019-12-30 83
602 성 제롬과 해골, 그리고 사자 강성열 2019-12-10 95
601 [한국기독공보] WTO 국제무역기구 개도국 지위 포기… 농어촌교회.. 강성열 2019-12-07 86
600 약속과 기다림 강성열 2019-11-20 136
599 거짓과 진실 강성열 2019-11-20 123
598 엘리노어 루즈벨트 이야기 강성열 2019-10-26 146
1234567891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