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열교수의 구약사랑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

강성열

2011-08-26 (금) 22:54 추천:374 조회:7008 125.xxx.57

<큐티 성경통독 2011-9월호 바이블 칼럼>

- 먹지 말아야 할 것과 먹어야 할 것 -

처음 인간인 아담과 하와의 범죄와 타락(창 3:1-6)에는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선악과)와 뱀의 유혹이 그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선악과는 피조물인 인간의 한계를 상징하는 나무이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될 것이다”(창 3:5)라는 뱀의 유혹이나, “이 사람이 선악을 아는 일에 우리 중에 하나 같이 되었으니 그가 그의 손을 들어 생명나무 열매도 따먹고 영생할까 하노라”(창 3:22)는 하나님의 말씀이 그 점을 뒷받침한다.

비록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에게 다른 피조물을 다스릴 수 있는 왕적(王的)인 통치권이 주어지긴 했지만(창 1:26-28), 인간은 결코 무제한의 능력을 가진 신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는 하나님의 피조물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처음 인간인 아담과 하와는 선악과를 따먹는다.

그렇다면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엄한 명령을 어기고 선악과를 따먹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그 두 사람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로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를 따먹은 것일까? 그 궁극적인 목적은 뱀이 말한 바와 같이 하나님과 같이 되려는 욕구에 있었다. 아담과 하와는 창조주이신 하나님과 피조물인 그들 사이에 마땅히 있어야 할 관계, 곧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깨뜨림으로써 하나님을 무시하고서 스스로가 하나님처럼 되고자 하는 욕구에 사로잡힌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것은, 처음 인간의 이러한 범죄 행위가 먹는 행위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보기에 선악과는 먹음직하고 보암직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운 것이었다(3:6). 선악과에 대한 이러한 평가는 악에 관한 이스라엘의 일반적인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바, 그것 역시 먹는 것과 관련된다: “그는 비록 악을 달게 여겨 혀 밑에 감추며, 아껴서 버리지 아니하고 입천장에 물고 있을지라도, 그의 음식이 창자 속에서 변하며 뱃속에서 독사의 쓸개가 되느니라”(욥 20:12-14); “대저 음녀의 입술은 꿀을 떨어뜨리며 그의 입은 기름보다 미끄러우나 나중은 쑥 같이 쓰고”(잠 5:3-4). 이는 때때로 먹는 것이 인간의 탐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구약은 여러 군데에서 먹는 행위를 하나님의 구원과 관련시킨다. 하나님의 구원을 받은 이스라엘은 부족과 결핍의 땅인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를 먹음으로써 오로지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법을 배운다(출 16:4-5). 또한 그들은 시내산 언약의 현장에서 하나님의 구원 은총에 감사하는 중에 먹고 마시면서 기쁨의 잔치를 갖는다(출 24:11). 하나님의 최종적인 구원이 이루어질 메시야 왕국에서도 동일한 기쁨의 잔치가 열린다(사 25:6-8; 55:1-5; 마 8:11; 눅 13:29). 하나님의 말씀은 생명의 떡으로(신 8:3), 또는 꿀보다 더 맛있는 것으로 비교되기도 한다: “주의 말씀의 맛이 내게 어찌 그리 단지요! 내 입에 꿀보다 더 다니이다”(시 109:103).

신약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의에 주리고 목말라야 한다(마 5:6).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살과 피를 먹어야 참된 생명과 구원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하신다: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요 6:53-55). 이 말씀은 나중에 바울 사도에 의하여 성만찬의 말씀으로 발전한다(고전 11:17-34). 그런가 하면 하나님의 말씀은 누구나 마땅히 먹어야 할 생명의 떡으로(마 4:4), 또는 젖이나 단단한 고기로(히 5:11-14; 고전 3:1-2; 벧전 2:2) 비유된다.

오늘의 상황은 어떠한가? 세상에는 온통 먹고 마시는 탐욕의 문화로 가득 차 있다. 의에 주리고 목마르기보다는 세상 것들에 잔뜩 취해서 지내는 것이 훨씬 안락한 삶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 것들은 바닷물과 같아서 아무리 먹어도 참된 만족을 주지 못한다. 계속해서 갈증을 느끼게 할 뿐이다. 하나님의 의에 굶주리고 그의 말씀에 배부르기 원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구원을 맛볼 수 있다.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하늘의 신령한 만나로 배를 채우는 자라야 참된 구원의 잔치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